재단법인 한국동물보호협회
read 22945 vote 0 2018.11.28 (05:29:12)

고양이 쉼터에는 "해남이"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있습니다.

 

1살이 채 되지 않는 고양이 해남이는 다른 고양이들과 달리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해남이가 이곳 고양이 쉼터까지 오게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201852

 

대구 달성군 공장지대에서 근무 중인 김해남씨로 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사연인 즉,

 

작년 여름에 일하는 공장 근처에서 밥을 얻어먹던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 3마리를 낳아 놓고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해 죽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그 새끼 고양이 3마리 거두어 다행히 무사히 자랐는데, 3마리 중 한마리가 안구 염증을 심하게 않은 후 눈이 보이지 않게 되어 젖먹이 때부터 봉사 고양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3마리 새끼고양이 중 가장 건강한 한 마리는 비교적 빨리 입양을 가게 되었고, 남은 2마리 중 한 마리는 앞이 보이지 않게 된 후, 앞이 보이는 언니 고양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같이 밥을 얻어먹고 지금껏 공장 근처에서 살아남았다고 했습니다.

 

김해남씨는 자주 그 새끼 고양이 자매들이 보일 때 마다 간간히 간식도 챙겨주고, 통조림 캔도 따주고 먹을 것을 주며 올 봄까지 공장에서 이 두 마리는 항상 붙어 다니며 지금껏 별 탈 없이 지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김해남씨가 생각하기에 앞이 보이지 않는 이 고양이는 길을 건너거나, 혹은 울타리를 넘을 때 다치거나 해서 자연 상태로는 아무래도 오래 살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계속 걱정을 하였다고 합니다.

 

여기 저기 입양처를 알아보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고양이를 쉽게 키우겠다는 사람도 없었고, 구청과 계약된 유기동물 보호센터에 보내려고 알아보았지만 10일이 지나 입양이 되지 않으면 안락사 시킨다는 말에 보낼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 민간 보호소를 찾아 협회로 전화를 주게 되었습니다.

 

협회 고양이 보호소는 올 봄에도 수용할 수 있는 마리 수 보다 구조를 많이 하여 항상 만원입니다.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1년 미만의 새끼고양이를 공장 직원들이 돌보고 있는데, 공장 주변은 위험하니 어떻게든 안전한 보호소에서 받아달라는 부탁을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고양이 해남이는 2018년 5월 초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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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당시 공장에서 밥을 먹는 모습을 찍은 사진


처음 구조해 주신 김해남씨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해남이"로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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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쉼터로 왔을때의 해남이 모습

 

처음 이곳에 왔을 때 해남이는 보통의 다른 고양이들처럼 낮 설어서 숨는다든지 몸을 숨기는 행동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앞이 보이지 않으니 그냥 그 자리에 얼음처럼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아마 자신이 전혀 모르는 낮선 곳으로 옮겨졌다는 사실이 앞이 보이지 않는 해남이에겐 죽을 정도로 무섭고 공포스러운 일이었을 겁니다.

 

한동안 밥도 먹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계속 되어 이 곳 집사는 해남이가 안심할 수 있도록 많은 정성을 쏟았습니다.

 

다행이 해남이는 사람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이곳 직원들은 이 고양이가 어릴 때 안구에 염증을 앓은 만큼 호흡기 계통이 약할 것을 염려하여 혹시나 이곳 쉼터에 적응 하지 못할까 많은 걱정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다행이 해남이는 잘 먹는 편이었고 특히나 생식을 좋아해 생식 위주로 먹인 후 부터는 부쩍 눈에 띄게 건강한 모습을 모여 이곳 직원들을 안심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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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식이와 해남이 열심히 밥먹는 모습

 

한 가지 신기한 것은 해남이가 이 곳에 적응하고 건강해진 뒤론 못 가는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처음 한 달 간은 행동이 조심스럽고 반경도 좁았습니다. 하지만 그 후론 정말 이 고양이가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이 맞나 싶을 만큼 앞이 보이는 고양이들과 똑같이 행동 했습니다. 어떨 때는 앞이 보이는 양이들 보다 더 심하게 말썽을 피울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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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 위로 올라가서 장난 중인 해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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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책상 모뎀상자 위에 자리 잡고 누은 해남이


"해남아, 그곳엔 대체 어떻게 올라갔니...?"


해남이는 2kg이 채 안 되는 작은 암컷이지만 이 곳에선 인기 만점인 사랑스런 고양이 입니다.

다들 해남이가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을 아는지 더 많이 챙겨주고 아껴 주고 양보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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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 쉼터에서 시간이 갈수록 행복한 해남이의 모습을 보면서,

 

공장지역에서 길고양이로 사는 삷 보다는 한층 행복해진 모습을 보면서,

 

그때 힘들었지만 구조를 결정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이 곳에서 책임자로서 생활하다보면 보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동물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은 삶이란 때때로 느끼는 보람이나 행복감 보다 더 큰 책임감과 무게감, 인생의 일부분을 동물에게 헌신해야 하는 고통이 더 큰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곳 쉼터가 이처럼 위험하고 힘든 삶을 사는 길고양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과 안식처를 제공하고, 사람과 함께 행복한 삷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일인 것 또한 사실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고양이들과 똑같이 행동하는 "해남이"를 보면서..

 

어떻게 이 새끼 고양이는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모든 것이 다 보이는 것처럼 아무 불편 없이 움직일 수 있을까 라고 자주 생각합니다.

 

', 정말 사람보다 더 낫구나...'

 

이 땅의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 마땅한 경이로운 존재인 것을..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 처럼 경이로운 자연의 창조물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되는 것을..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곧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일이며, 이는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과 같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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