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양식의 세계]‘뱀·보신탕은 음식 아니다’
법으로 본 보양식
동물이나 동물의 특정 부위를 활용한 보신음식의 종류는 많다. 그러나 이들 중 포획에서부터 음식으로 만들어져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기까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예를 들면 뱀을 잡는 것은 자유지만 뱀탕으로 만들어 파는 행위는 불법이다. 보신탕으로 불리는 개고기 역시 마찬가지다. 뱀탕과 보신탕은 식품위생법상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뱀이라고 모두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된 구렁이와 까치살무사는 잡는 것부터가 불법이다.
올해가 지나가면 불법은 더욱 늘 전망이다. 내년부터 시행될 야생동식물보호법은 포유류와 조류는 물론 파충류, 양서류를 포함하는 모든 야생동물의 포획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법 집행의 실효성이다. 지금도 뱀탕이나 보신탕을 팔면 법적으로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이 가능하지만, 이는 사실상 사문화한 조항일 뿐이다.
◆포획 어디까지 가능한가=야생동물 포획을 막는 법망은 촘촘하다. 우선 정부는 194종의 멸종위기 야생동식물과 보호 야생동식물을 지정, 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보신용으로 많이 쓰이는 물개, 수달, 사향노루, 반달가슴곰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동물을 잡을 경우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최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이나 지정된 보호구역 안에서 살고 있는 동물을 잡는 행위도 처벌을 받는다.
일반 포유류나 조류의 경우도 ‘조수 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이하 조수보호법)에 따라 포획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다만 연구 등의 목적으로 허가받거나 환경부 장관이 고시하는 조수에 대해 지정된 사냥 기간·장소에서의 포획은 가능하다.
◆음식인가 아닌가=대표적 보양식 중 뱀탕, 보신탕은 법률적으로 음식이 아니다. 식품위생법상 먹을 수 있는 동물(어류 제외)은 소, 돼지, 양, 염소, 토끼, 닭, 칠면조, 오리, 꿩, 메추리, 말, 사슴, 수입 물개(학명 포카그로엔넨디카), 거위, 캥거루, 악어, 오소리, 타조, 식용 개구리, 식용양식 자라가 전부다. 따라서 뱀이나 개 등 다른 동물을 식용 목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불법인 셈. 그러다보니 개 등의 도축과 유통이 비위생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안전과 황성희 사무관은 “식품의 경우 안전성 검사가 이뤄지지만 식품으로 인정받지 않은 동물의 경우 유해성이 검증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해구신도 식품 재료가 아니기는 마찬가지지만 식약청장이 고시한 한약생약규격집에 올라 있어 한약재로 이용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사슴 뿔을 잘라 피를 마시는 장면은 잔혹해 보이지만 불법은 아니다.
엄형준기자
( 2004/02/19 17: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