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와 고순)
어느 덧 나와 고순이가 길러 준 남의 자식들 17마리, 어린 새끼 고양이들은 많이 자랐다.
내가 길러 낸 자식 중 "세순이"이라는 고양이가 있는데 세순이는 좀 커서는 고순이 젖도 많이 먹었다. 이제 애들이 다 자랐지만 아직도 우리를 보면 어미라고 젖을 빨려고 한다. 협회장은 나와 고순이를 골방 밖으로 내주고 다 큰 자식들이 우리들 젖을 먹는 것을 방지하여 주었다.
세순이는 방 밖으로 나오면 즉시 화장실 욕조에 올라가 놀다가 자주 샤워기 물을 튼다. 수도 꼭지( 밑으로 내리면 물이 나오고 위로 올리며 중단되는 수도꼭지)를 발로 눌러 물이 욕조로 "쏴-아 소리내면서 흘러내리는 것을 보며 즐긴다. 그것은 세순이만 즐기는 것이 아니고 다른 고양이들도 물소리가 나면 우르르 욕조 난간에 올라가 신기해하면서 보고 있다. 나는 세순이가 물 트는 것이 왠지 싫어 "그러지 말라"고 야아~옹 야옹 소리를 질러도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애들과 달리 그것에 재미를 내지도 않으며 같이 어울리지 않았다. 세순이가 말을 듣지 않아 더 큰 소리로 화장실 입구에서 "야아~옹" 하고 울어대니 협회장이 "너 왜 그렇게 소리지르며 우니?"하면서 화장실로 왔다. 그러고는 "어?! 누가 물을 틀었구나" 하시면서 물을 즉시 잠구었다.
세순이는 하루에 한 두 번 정도는 꼭 물을 틀었고 나는 물소리만 나면 화장실로 달려가 울어대어 사람들에게 알렸다. 처음 협회장이나 직원은 누가 물을 트는지 몰라 "누가 이러지..." 하면서 고개를 갸웃뚱거렸으나 결국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속담처럼 세순이가 수도꼭지를 발로 지긋이 밟고 있는 것을 협회장이 보았다.. 세순이는 꾸지람을 듣고도 말 듣지 않고 계속 자주 그 일을 하였다.
평균 하루에 한번 이상은 그 일을 세순이는 하고 나는 즉시 울어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물을 낭비하는 것을 막아주었다. 협회장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아이고! 착하고 영리한 고희야! 고맙다"고 하였다. 나는 협회장의 칭찬에 기분이 좋기도 하고, 딸 세순이의 버릇을 빨리 고쳐주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일러주기로 마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