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부장이 어렵게 한 장 찍은 사진입니다.
구조부장 곁에서 놀다가 협회장을 보더니 카메라로 찍고 있는 것을 들킨 순간 도망 갈 준비
구조부장이 깡통밥을 주니 조금씩 받아 먹고 있을 때 겨우 한 장면 찍었는데 또 들키고 도망
홍이 일기(2006년)
안녕하세요. 홍이여요. 전 후원자님과 보호소 분들의 사랑탓인 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보호소에서 제 별명은 젠틀멘이어요. 맛 있는 음식을 주어도 집안에서 받아먹지 밖으로 뛰어나가 달라고 다른 개들처럼 풀쩍 풀쩍 뛰고 난리를 치지 않아서 생긴 별명이랍니다. 다른 아이들은 " 나 먼저" "나 먼저" 하면서 서로 앞 다투어 뺏어 먹으려하다 보면 음식을 흘리고 음식이 입가에 묻고 하기 일쑤인데 저는 음식을 탐내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다가 차례가 다가오면 점잖게 받아먹지요. 보호소 직원들은 그런 제 모습이 정말 옛날 양반을 연상 시킨다며 기특해 한답니다.
하지만 제게도 단점은 있답니다. 낯선 사람을 무서워해서 보호소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오면 나갈 때까지 시끄럽게 짖어서 사람들 혼을 빼놓곤 하거든요. 그런데도 여기 보호소에는 방송, 신문사 촬영팀들이 자주 와서 사진도 찍고 하지요.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그만 카메라 기피증까지 생겼답니다. 그래서 사진 안찍히고 있었는 데 몇일 전에는 기어이 사진을 찍히고 말았어요.
그날 협회장님 오시는 소리를 듣고 맛 있는 깡통밥 얻어먹을 겸 협회장님께 인사도 할겸 친구들 따라 천천히 옥상 마당에 나갔지요. 그런데 협회장님이 카메라를 들고 저를 보고 있는 거예요. 음식도 마다하고 제 집으로 쏙 들어갔더니 협회장님이 "홍아, 홍아" 부르고 또 직원 진영씨도 "홍아 맛있는 것 줄께 여기 올라와"하면서 저를 부르는 거예요. 마지못해 다시 슬금슬금 나가 보니 협회장님이 또 저를 찍으려 하시는 거예요. 저는 즉시 돌아서 집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사진 찍기 싫다는데 왜 자꾸 찍으려 할까 하며 토라져서 협회장님이 "홍아 나와보아라"고 아무리 달래어도 제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지요.
협회장님은 하는 수 없이 구조부장님을 불러" 이리 좀 와서 홍이 좀 달래봐요. 홍이 좀 나오도록 해요" 하셨지요. 저는 구조부장아저씨를 제일 좋아하거든요. 홍능에서 나를 구조해 왔을 때부터 제게 맛난 음식을 주면서 저를 예뻐해 주셨답니다. 그래서 구조부장님이 "홍아 홍아" 하면서 저를 부르시는 소리를 듣고는 토라진 마음을 풀고 꼬리 흔들면서 얼른 뛰어 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그러다가 그만 사진을 찍히고 만 거여요. 구조부장 아저씨에게도 섭섭해서 맛있는 것 계속 얻어 먹는 것도 포기하고 집에 들어가 버리니 밖에서 구조부장님이 웃으시며 농담으로 "저애가 왜 저리 고고하게 굴까? 대 스타보다 더 어렵네" 하시는 거예요. 생각해보니 협회장님과 구조 부장님도 저를 사랑으로 돌봐 주셨는 데 제가 좀 고집스러운 데가 있어요. 앞으로도 사랑을 주실 걸 알고 피우는 고집이긴 하지만요. 제가 이곳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저를 후원해 주시는 것 늘 감사하게 생각한답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