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 아파트의 배회 누렁이 구하기
대구 상인동의 서한 아파트에서 사는 정수인씨라는 분으로부터 아파트 마당에서 살고있는 발바리와 누렁이 잡종개 한 마리를 구하여 달라고 2003년 10월 6일에 연락이왔다. 수인씨는 그 개에 대하여 나에게 대충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그 개는 이 아파트를 배회하며 살았는 것 같았고, 바로 저희가 사는 라인 앞 화단 대나무 잎이 우거진 속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제가 발견한 것은 아마 10일 전으로 뒤에서 볼 때 왼쪽 뒷다리가 문제가 있는지 걸어가거나 뛰면 오른 쪽 뒤다리 쪽이 기울어지고, 왼쪽이 약간 들리는 모습으로 걷고 달리고 하였습니다.
특히 아침에는 많이 절다가 오후가 되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어요. 불쌍하여 음식을 주기 시작하였는데 일주일 만에 음식을 준 사람을 좋아하고 안기기 시작하여습니다. 저는 1층에 살고 있는데, 저희 라인의 6층에 퇴직한 이선생님이라는 부부 역시 그 개를 보고 불쌍히 여기 밥주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우리 라인에서 저와 같은 마음으로 불쌍한 개를 돌보아주는 것을 보고 너무 감사하였습니다. 이선생님 부부는 이미 저보다 먼저 오래 전부터 이 개에게 밥을 주고 또한 배회 고양이들에게도 음식을 주어왔습니다. 그 동안 간 우리는 같은 라인에 살았으면서도 서로 모르고 지냈는데 동물로 인하여 우리는 친한 이웃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교대로 그 개에게 아침, 저녁을 주면서 보살펴 주었습니다.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수가 훨씬 많은 아파트에서 우리는 서로 의지하면서 정신적으로 위로를 받았습니다. 제가 집에 키우는 두 마리 개로 인하여 이웃과 말 다툼을 자주하고 "무조건 개가 싫다. 동물이 싫다, 알레르기 일으킨다. 병을 옮겨 온다"는 등 터무니 없는 말 때문에 나는 그들과 자주 말 싸움도 하고, 저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이 없어 정말 외롭고 속 상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이선생님 부부와 이제 함께 되어 우리는 동물의 편에 서서, 반대 편에 서서 동물을 미워하고 모함하는 사람들에게 단합하여 반박할 수 있게되어 나는 정말 기뻤습니다.
참 이름은 그냥 "누렁이"로 부르고 이제 누렁이는 이선생부부와 저에게 안기기도 하면서 우리를 아주 좋아하였습니다. 어느 때나 아파트 마당에서 누렁이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여 "누렁아, 누렁아" 부르면 대나무 풀 숲에서 슬그머니 나타납니다.
아직은 누렁이는 다른 낮선 사람에게 절대가지 않아 마음은 놓고 있지만 우리라는 사람을 믿기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도 맛 있는 음식을 주고 꼬시면 좋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누렁이가 나쁜 사람에 의해 보신탕 음식으로 변할런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습니다. 나는 이선생님 부부와 함께 내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협회에 부탁합니다. 그 애를 보호소에서 살게 해주면 고맙겠습니다" 면서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나는 나대로 걱정에 사로잡혔다. 누렁이가 자유롭게 넓은 아파트 마당에서 살고, 잠도 잘 수 있는 아늑한 곳까지 마련하여 두고 인정많은 두 주민들에 의하여 음식 걱정도 없고, 그들의 따뜻한 사랑 속에서 하루 하루가 행복할텐데... 사실 누렁이도 여기 좁은 곳에서 사는 우리 보호소 개들과 함께 사는 것이 누렁이로서는 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고 느낄것이다.
우리 보호소 동물은 사랑과 음식과 안전은 보장되어 있지만 좁은 곳에서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안타까움. 흙과 나무도 없는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쌓인 속에서... 때로는 제 때 똥을 치워주지 않으면 똥을 밟으면서 장난쳐야 하는 것 등 생각하면 누렁이가 여기보다는 그 곳에서 그대로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였다. "그래서 좀 더 두고보자. 누렁이가 생명 위협을 느낄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하였다.
나는 우리 보호소의 동물고아 숫자가 넘친다고 한 마리 더 들어오는 것을 피하고자 한 말은 절대 아니었다. 그냥 누렁이가 갑작스레 너무나 다른 환경 속에 놓이면, 놀라면서 불안해하는 모습, 자기를 돌보아 주는 사람들을 또 얼마나 그리워할까 염려하는 것 뿐이다. 이렇게 정수인씨에게 이야기를 하니" 맞는 말씀이나 어느 순간 보신탕에 가는 것보다 낫지 않습니까? 하면서 우리가 받아 줄 것을 고집하였다.
마침 오늘 10월 9일로 날을 잡고, 사무장과 나는 엠브렌스를 타고 서한 아파트로 약속한 오후 2시에 갔다. 정수인씨와 이선생부부는 기다리고 있었다. 정수인씨는 어제 누렁이가 어디로 사라질까보아 협회서 데리러 올 때까지 수인씨 집 앞에 묶어두었다. 그러나 누렁이는 너무 놀라고 불안하였던지 고함을 지르고 바닥에서 데굴데굴 구르고 덜덜 떨고 있었다고 하였다. "아마 개장수에게 잡혀가서는 탈출한 기억이 되살아 난 것이 아닌가" 하고 수인씨는 말하였다. 그럴런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늘 협회서 온다고 하여 달래어 그대로 묶어 놓았는데 밤사이 쇠 줄을 어떻게 끊었는지 개가 사라졌다고 찾느라고 혼났다"고 하였다. 다행히 아침이 되니 돌아와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 또 묶어서 데려가면 얼마나 공포에 떨까 모두 걱정을 하였디. 누렁이가 사는 대나무 밭을 가르키면서 "저 곳에서 지금 쉬고 있을 것"이라 하였다. 나는 살며시 뒤로 돌아가 보았다. 풀 숲이라 개는 보이지 않았다. 수인씨와 이선생님이 "누렁아 . 누렁아 " 부르고 있었다. 나는 "개가 놀러 나간 모양이다. 보이지 않는다" 라고 그들에게 이야기해주면서 뒤를 돌아보니 누렁이가 언제 나타났는지 대나무 잎 곁에 서서 나를 보더니 외면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누렁이가 매일 자는 곳. 대나무 숲에서 쉬고 있었는데...이선생님과 수인씨가 부르는 소리에 나오고있는 누렁이
소리나는 방향으로 귀을 기울이면서...
누렁이는 자기를 보호해 주는 주인들에게 나가고 있다.
누렁이는 수인씨와 이선생님이 부르는 소리에 살그머니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는 소리나는 쪽으로 나가고 있었다. 이선생님이 누렁이를 보고 "이리 오너라" 하니 앞으로 다가가서는 이선생님이 안아 올리니 아무 저항없이 안겼다.
그리고는 엠브렌스로 옮기면서 사무장과 이선생님은 차 뒷문을 열고 누렁이를 차 안 쪽에 걸려있는 줄에 개를 묶으려고 하길래...나는 "묶어서는 안된다. 케이지에 넣어라" 소리 질렀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묶었다고 생각한 두 남자들이 누렁이에게 손을 떼자마자 누렁이는 차 밖으로 뛰어내리니 동시에 짧은 기둥 같은 곳에 묶인 끈이 벗겨지면서 누렁이는 " 켕켕 " 고함지르면서 제대로 달리지도 못하는 뒷 다리로 줄을 달고 도망가버렸다.
수인씨와 이선생부부는 "이제 누렁이는 우리를 믿지 못하고 영 가 버렸을 것이다. 어제도 놀랐는데 오늘 또 묶다가 놓쳤으니 안 올거다" 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빨리 모두 흩어져 서 지금 개를 찾아야만 된다. 끈을 달고 나갔기 때문에 아파트 밖으로 나가면 쉽게 차에 치일 수 있고, 나쁜 사람들이 잡으려 마음 먹으면 잡기도 쉽기 때문이다." 넒은 아파트 마당에는 나무와 조경이 잘 되어 있어 개나 고양이 동물들이 숨을 곳이 많았다. 구석 구석 찾아 보았으나 누렁이는 보이지 않았다.
아파트 밖으로는 아직 나가지 않은 듯하여 계속 사람들은 다니면서 개를 찾았다. 그러는 동안 나는 이 아파트에서 개가 마당에 돌아다니면 "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등 하면서 쫒아 낼 것을 주장한 주민들도 만나 대화를 하며 병에 대해 잘못 알고있는 것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 동물이 밉고, 곱고를 떠나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불쌍한 생명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가엽게 보아주어라"면서 그들 주민들을 설득도 하였다.
마침내 그 분들도 "우리도 동물 생명을 다치게 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다만 개를 풀어서 키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는 등 동물에 대해서 이해하는 말도 나오게 되었다. 이선생부인도 그들이 버려진 동물들, 개, 고양이를 돌보아 주는 이야기도 하면서 부드럽게 대화를 하고 있는데 수인씨가 멀리서 빨리 오라는 손짓을 하여 달려가 보니 누렁이가 숨어있는 곳을 발견하고 그 앞에서 조용히 하라고 입을 막는 손짓을 하였다.
수인씨는 풀 숲에서 끈을 달고 있는 채 떨면서 숨어있는 누렁이를 달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선생님도 달려와서 누렁이를 달래고 함부로 덥석 잡지 못하고 먼 발치에서 이름만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마침내 이선생님은 몸을 누렁이 곁에까지 다가가서는 끈을 잡는데 성공을 하였지만 그렇다고 끈으로 잡아 끌어내지도 못하고.. 강압적인 행동이 더욱 불안하게 만들까보아 배려하는 마음이었다. 스스로 나오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떨고 있는 누렁이 앞에 이선생님 부인은 맛있는 고기를 가져와서 누렁이 앞에 갖다 놓아도 쳐다보지도 않고 외면하는 누렁이를 이선생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풀 숲에 앉아 "누렁아. 누렁아" 부르기만 하였다. 수인씨는 떨고 있는 누렁이를 보고 안타까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저렇게 마음이 여린 녀석을 보호소에 보낼 생각을 더욱 안스럽다면서 울고 있었다.
이선생님은 머리를 풀 숲에 넣고 누렁이를 달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마침내 누렁이는 이선생님을 믿고 다시 품에 안겨서 나오고 있다. 뒤로 협회 사무장과 엠브렌스가 보인다.
지금 집에 고양이 한 마리, 개 한 마리를 키우고 있는 이선생부부에게 "누렁이를 불임수술 시키고, 이선생님 아파트에서 키우는 것을 연구해 보라"고 하였다. 사모님도 누렁이를 보내자니 섭섭하고 안타까운지 자기 집에서 키워보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협회 보호소에서 적응하지 못할 경우라고 하였다.
이선생님은 누렁이를 안고 나오는데 성공을 하였다. 그런 누렁이를 보호소에 데리고 가야하는 나의 마음도 좋지않았다. 누렁이는 이선생님과 사무장이 잘 달래서 케이지에 넣어지고... 협회 보호소로 데려오게 되었다. 비록 아파트 마당은 아니더라도 누렁이는 다시 서한 아파트로 돌아가서 이선생님 부부 댁에서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