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넘게 밥만 먹고 사라지던 고양이를 오늘 구조하였습니다. 하루이틀 밥주는 재미에, 밥그릇 비우는 게 기특해 돌봐왔는데 어느날 보니 뒷다리 한쪽이 잘렸는지 없는 상태로 껑충껑충 뛰어 밥을 먹으러 오고 아파트 베란다와 화단 사이의 빈 공간에 하루종일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그냥 두어서는 겨울내내 얼어죽을 것 같아 구조를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구조팀을 부르기엔 저의 집도 너무 멀고 부탁드리기도 송구하여 제가 직접 가니 회장님께서 감사히도 덫을 빌려주셨습니다.
막상 덫을 받아들고 집에 오니 과연 잡을 수 있을까, 조금만 가까이가도 하악거리며 경계하던 녀석인데 괜찮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늘 지내던 곳에 오늘도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확인하고 밥그릇에 맛있는 거 가득 채워 덫을 들고 갔습니다. 다행히도 저를 아는 놈이라 크게 경계는 않았고 덫을 설치하여도 가만히 보고 있더군요. 그러더니 밥냄새를 맡았는지 냉큼 덫안으로 들어오는데 걔가 밟아야 자동으로 문이 닫히는 덫이였는데 목만 쭉 내밀고 밥을 먹는 바람에 덫이 닫히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안타깝던지..그러다 갑자기 동네 꼬마들이 우르르 모여드는 바람에 고양이는 밥을 먹다말고 다시 구석으로 쑥 숨어버리더군요. 저와 제 남동생은 꼬마들을 몽땅 철수시키고^^ 다시 한 번 덫을 깊숙이 넣어뒀습니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삼십여분.. 다시 덫 안의 밥그릇을 향해 들어오더군요. 그리고는 성공적으로 문이 닫혀서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제 동생이 덫을 들어 차에 실어주었습니다. 사실 전 고양이가 손을 물까봐 할퀼까봐 겁이 나서 덫을 들지도 못했었거든요^^. 그 놈을 차 뒷좌석에 싣고 병원으로 가는데 기분이 참 묘하더군요. 그렇게 경계하고 날렵하고 무섭던 놈이였는데 오늘 자세히 보니 몸도 야위고 얌전하게 두 손을 구부린채, 차 안이 따뜻했는지 꿈뻑꿈뻑 졸기까지 하더군요. 다리도 자세히 보니 잘렸는지 엉망으로 아물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다리도 다치고 집도 제대로 없이 제가 주는 밥만 기다리며 하루종일 그 차가운 화단 바닥에 앉아있었던 걸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나 아려왔습니다. 오늘 밤부터 다시 추워진다던데 따뜻한 병원에서 당분간 지내게 될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기쁘고 안심되고 감사드립니다..
일단 불임수술을 하고 상태를 본 뒤 보호소에서 맡아주시기로 했습니다. 제가 거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부모님과 함께 사는 처지라 제 맘대로 할 수가 없어 회장님께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해주셨습니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모든 생명 하나하나 소중히 여기시고 실질적으로 도움을 늘 베풀어주시는 회장님과 동물보호소 직원 모든 분들께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제 비록 서툴게 고양이 한마리 구조하여 보호소에 성의없이 맡긴 게 다지만 그 아이를 잘 돌봐주시고 사랑으로 보듬어주실 보호소 직원들께 정말 죄송스럽고 감사할 뿐입니다..
일주일 넘게 제가 다리뻗고 잠 잘 수 없게 했던 녀석인데 이제 따뜻한 곳에서 지낼 수 있게 되어 이젠 마음이 조금 편합니다. 부디 잘 거둬주시고 잘 부탁드립니다. 너무나 감사합니다.
아팠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구조되어 다리도 치료하고 협회로 가게 되었다니 정말로 기쁘군요.
김문희님의 따스한 마음때문에 가엾은 냥이가 이젠,추운겨울을 보호소의
따뜻한 울타리안에서 살게 되었군요^_^마음이 따뜻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