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상을 바꾼 견공들
세계일보|기사입력 2007-11-03 09:20
50년 전 개 한 마리가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1957년 11월3일 라이카라는 이름의 이 들개는 옛 소련이 만든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우주로 떠난 최초의 생명체가 됐다. 그러나 라이카는 위성 발사 직후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심장 박동이 세 배나 빨라졌고, 로켓 단열재가 떨어져 나가 내부 온도가 섭씨 41도까지 올라가면서 우주여행을 시작한 지 5∼7시간 만에 죽음을 맞았다. 라이카의 몸은 귀환 도중 위성에 불이 붙는 바람에 공중에서 흩어졌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스탠리 코렌 교수(심리학)는 “라이카는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벌인 우주경쟁의 희생양이었다”며 “그러나 라이카 덕에 인류의 달 착륙은 앞당겨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2일 CNN방송은 라이카를 기리며 ‘세상을 바꾼 개 10마리’(라이카 제외)를 소개했다. 1위와 2위는 라이카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한 스트렐카와 벨카에게 돌아갔다. 스트렐카와 벨카는 1960년 스푸트니크 5호를 타고 세계 최초로 왕복 우주 여행에 성공했다. 스트렐카는 지구로 돌아온 뒤 강아지 푸신카를 낳았는데 소련은 푸신카를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에게 선물했다. 미국으로 건너간 푸신카는 케네디가에서 기르던 개 찰리와 눈이 맞아 새끼 4마리를 낳았다.
찰리는 케네디 대통령이 특별히 귀여워한 개였다. 1962년 미·소 간에 촉발된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케네디 대통령은 침공이냐, 협상이냐를 두고 막판 결정을 내리기 직전 집무실로 찰리를 들여보내 한참을 쓰다듬으며 정신을 가다듬었다고 한다. 중요한 순간 케네디 곁을 지켜준 찰리는 4위에 올랐다.
7위는 바다에 빠진 나폴레옹을 자기 등 위에 태워 구출한 무명의 뉴펀들랜드종 개가 차지했다. 이밖에 페르시아군에 포위된 알렉산더 대왕을 구한 페리타스(3위),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처음 도입한 치료견 조피(5위), 13세기 교황의 발을 문 유라이언(6위), 닉슨의 연설문에 등장한 체커스(8위)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윤지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