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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애완견 공원 출입금지?

10년 전 모스크바에서 어학연수중이던 필자는 객지생활의 적적함을 달랠 겸 개를 키우려 했다. 때마침 나를 가르치던 모스크바대학의 엘레나 호미코바 교수는 애견 전문가로 자신이 심사위원으로 있는 애견품평회에 초대해 주기도 했다. 어느날 좋은 개 추천을 부탁하자 호미코바 교수는 “연수를 마친 후 개를 한국으로 데려갈 수 있느 냐”고 물었다. 여기에 난색을 표시하자 일언지하에 “포기하라”는 것이었다. “주인이 바뀌는 것은 개나 주인에게 모두 불행”이라는 설명과 함께.

-추석명절 애견가들 조용한 소동-

러시아인들의 개 사랑은 유별났다. 좁은 아파트에서 사람 몸집만한 개를 가족처럼 키우면서 그 추운 겨울에도 하루 두차례씩 산책을 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생활고를 감안할 때 불가사의할 정도였던 그들의 개 사랑 이 스탈린의 혹독한 공포정치 아래서 더욱 깊어졌다는 얘기도 들었다. 비밀경찰의 눈초리와 이웃의 밀고에 대한 두려움에 떨던 러시아인들에게는 개가 유일한 위안이며 친구였다는 것이다.

지난주 건설교통부는 애완동물을 공원에 데리고 갈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는 내용의 도시공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함으로써 추석 명절 기간동안 애견가들 사이에서 조용한 소동이 벌어졌다. 취지는 도시 근린공원·자연공원의 보호이고, 시행 시기는 내년 7월부터이다.

추석 귀향과 귀가 전쟁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사람들 가운데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60·70년대 서울역의 명절 귀성풍경이 기억날지 모르겠다. 당시 귀성 인파로 가득찬 서울역 광장에는 기다란 대나무 장대를 든 경찰이 곳곳에 서있었다. 경찰은 행선지별로 줄을 선 사람들 머리 위로 이 ‘질서유지용’ 장대를 쉴새없이 휘둘러대며 “앉아”라고 고함을 질러댔다. 사람들은 장대에 맞아 머리가 깨지지 않기 위해, 무사히 고향행 열차에 오르기 위해 이런 수모를 용케도 견뎌냈다. 언제부턴가 사라진 이런 풍경은 이젠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 우리 삶의 편린으로 기억 저편에 남아있다.

상당수 사람들이 그때 대나무 장대라는 ‘물리력=질서’란 획일적 등식관계에 분명히 저항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폭력적 관행에 대해 어떤 형식으로든 공개적·집단적으로 문제제기가 이뤄졌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한 사회의 미개성·후진성으로밖에 볼 수 없는 이런 행태에 대해 다중이 침묵했다는 사실이 이해되지 않는다. 어쨌거나 역사의 ‘진보’를 말할 때 지금도 필자에게는 그간의 어떤 의미로운 정치적 사건보다 그때 목격했던 장면이 ‘진보에 대한 믿음’을 확인해주는 중요 사례로 자주 떠오른다.


물론 이런 것 말고도 한국사회에서 진보의 증거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서울역에서의 장대 휘두르기를 무색케 하는 새로운 형태의 반진보적 사건중 하나가 바로 이번 견공 출입금지 조치란 생각이 든다. 이 법안이 공개되면서 건교부의 홈페이지에는 수많은 의견들이 쏟아졌다. 그 99%는 애견가들의 반대의견으로 ‘상상도 하지 못할 행정편의주의’에 대한 황당함의 토로와 비판이었다. 이들을 가장 어리둥절하게 만든 것은 개의 배설물로 인한 청결문제에는 배변봉투 및 목줄 지참의 의무화 등 개선방안이 있음에도 공원 출입금지 조치를 취한 법안의 극단성이다. 그것은 결정적으로 개와 개 주인의 권리침해라는 것이다.

-행정편의·획일주의만 부추겨-

이에 대해 소수의 찬성론자들은 개에게 그렇게 애정을 쏟기에 앞서 불우이웃돕기에 나서라는 비아냥을 던지고있다. 개고기를 식용하고 애견에 대해 아직도 ‘배부른 타령’으로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은 우리 문화를 감안할때 기계적으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예를 적용하는 데는 물론 무리가 있다. 또 이번 입법예고가 애견가들의 입장에서는 적지않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으니만큼 건교부 사이트 등을 통해 표출된 의견은 자연히 이들의 항의성토 일색이었다. 그 와중에 평소 (살아있는) 개를 좋아하지 않는 상당수 시민들의 목소리가 묻혀버렸음은 십분 인정된다.

그러나 본질적 문제는 누가 개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가 아니라 과거 질서유지란 명분으로 휘둘러진 장대와 공원 청결 유지란 명분으로 취해지는 견공 출입금지조치 사이에서 노출되는 발상의 유사성이다. 그것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관용·타협정신의 퇴조와 획일주의의 확산이다. 그것을 관(官)의 행정편의주의가 부추기고 있다.

〈김철웅/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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