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에는 '길이'라는 이름의 아주 낭~창한 성격의 고양이가 살고 있습니다.
누가 보아도 천상 집고양이인데...
누가 보아도 길에서 혼자 살아남을 수 없는 녀석인데...
문을 열어놓아도 절대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는 녀석인데...
누군가 아파트 단지 내에 버리고 떠나 혼자서 살 수 없었던 녀석은,
발바닥이 바이러스성 염증으로 섞어가는 냄새를 풍기며 제대로 걷지 못하는 채로 아파트 주민에게 발견되었습니다.
▲ 발견 당시 발견자가 덮어준 이불과 사료와 물.
날짜는 2019년 2월 19일이었습니다.
날씨가 아직 많이 추울 때지요.
장소는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아파트 단지 앞 지하실로 통하는 창문 앞에 '길이'는 이불을 덮고 처량하게 누웠습니다.
발견자 문경씨는 이미 집에 고양이 3마리를 키우고 있었고, 식구들의 털 알러지 증상 때문에 '길이'를 집에 데려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길이'는 어떻게는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그렇다고 구청 보호소로 보내 안락사 내지 폐사를 시킬 수는 없다고...
거의 우시다시피 협회 쉼터로 '길이' 입소를 너무나 간절히 희망하셨기에 우여곡절 끝에 '길이'는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 발견 첫날 문경씨가 깔아 준 박스 위에서 쉬는 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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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당시 '길이' 모습
길이는 발바닥 염증이 너무 심해서 걸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겨울이었기에 망정이지 여름이었으면 저 발에 엄청난 구더기가 끓었을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겨울인데도 발바닥에선 진물 악취가 진동을 했습니다..
길에서 구조했다 해서 이름이 ' 길이'로 짓고,
치료와 접종, 중성화까지 필요한 상황이라 당분간 협회장님 댁에서 임보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구조된 첫 날' 길이'
발바닥 염증 말고는 다행히도 다른 건강상 문제는 없었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이정도 질병뿐이어서...
협회는 툭 하면 골발뼈 골절, 다리 골절, 척추 골절, 치사율 높은 바이러스성 전염병 등 다치고 아픈 고양이들이 많이 구조 되다 보니...이정도 다친 경우는 어쩔땐 '아~ 다행이다. 생명의 위험은 없는 상황이라 정말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허약한 것과 발바닥 염증 말고는 달리 이상이 없었던 '길이'.
하지만 '길이'는 조금 체력을 회복하자마자 그 발로 자꾸만 걸어 다니려고 해서 할 수 없이 발바닥 염증이 좀 가라앉을 때까지 당분간 감금 생활.
▲ 간단한 병원 치료 후 깊은 잠에 빠진 '길이'
추운 겨울의 바깥 생활이 '길이'에겐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많이 여위고 지쳐 보입니다.
돌이켜 보면 '길이'는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몸이 많이 약한 편이었습니다.
조금만 환절기 바람이 불면 금세 기침하고 설사하고,
봄에는 간단한 기관지염으로 시작해 꽤 많은 기침을 하였던 '길이'.
같이 생활하는 다른 2개월 새끼 고양이들조차 아무도 하지 않는 기침을 저 혼자만 콜록콜록!
타고난 약골 고양이 '길이'.
하지만 성격 만큼은 아주 사랑스럽고 태평스럽고 낭창하기까지 한 고양이 '길이'.
▲발바닥을 거의 다 회복하고 기념사진 찍은 '길이'
▲회복 후 중성화 수술로 병원에 갔을 때, 마취 후 잠시 한 컷 찍은 '길이'
▲뭔가 요구조건이 있을 때의 '길이'
▲많이 졸릴 때의 '길이' , 한잠 자고 싶은 '길이'
▲푹~ 잠든 '길이'
겉모습은 건강한 듯 보여도 '길이'는 사실 몸이 너무 약골이라 쉼터로 가지 못하고 아직도 협회장님 댁에서 임보 중에 있습니다.
쉼터에 자리가 비면 언제든 갈 수는 있지만 올 여름에도 밀어닥치는 구조요청 때문에 새로운 자리가 쉽게 나기 어려운 상황.,
이러다 '황금이'랑 같이 그 댁에 영영 임보로 머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길이'야!
이러나저러나, 여기서나 저기서나, 언제 어디서든 건강하게만 살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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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셔. 카메라 치워라 집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