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자동차 잡지에 실린 글이 집안에 굴러다녀 주워 읽어보았더니 재미난 이야기가 있어 올려본다.1991년 협회를 농림부에 법인단체로 등록하면서 즉시 수의사를 고용하고
부속 동물병원도 개설하였다. 그리고 동물구조를 위하여는 엠브렌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여 한 대 구입하고 버려진 동물구조를 위하여 엠브렌스는 많은 활약을 하였다. 차에는
한국동물보호협회와 동물보호를 위한 홍보문구들이 써 있다. 멀리서 볼 때 사람들은 동물을 위한 구조차가 아니고 사람을 위한 구조차로 착각한다. 급할 때는 신호위반도 자주
하나 인명구조하는 엠브렌스인 줄 알고 순찰차나 순경아저씨들은 협회 엠브렌스를 잡지 않았다. 사실은 동물구조나 사람구조나 같은 생명구조인데 동물 구조 엠브렌스는 못
봐준다는 것이다.
약 50년 전 내 나이 5~6세였을 때 우리 집에는 항상 개, 고양이 등의 동물이 있었다. 부모님께서는 말 못하는 동물들을 우리 7남매와 똑같이 보살펴 주셨고 가난한 이웃들에게도 인정을 베풀며 도움을 주셨다. 그 덕분에 어느새 나의 마음 속에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고통받고 소외당하는 생명을 돕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는 생각이 자리잡았다. 오늘날 내가 동물보호에 앞장서는 일을 하게 된 것은 아마도 그런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이 일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20년이 되었고, 그 동안 동물들 때문에 웃고 운 얘기들이 참 많았다. 협회는 길에서 불쌍하게 돌아다니는 배회동물 구조를 위해 앰뷸런스를 샀고, 내 개인 승용차도 한 몫을 했다. 내가 차에 동물을 태우고 다니면서 일을 보는 이유는 어린 새끼동물들-고양이,까치,소쩍새, 너구리등-은 자주 음식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나 소쩍새는 비교적 조용하며 까치는 개처럼 영리하고 인정도 많아 사람을 잘 따른다. 운전 중 까치가 내 어깨위에 앉아 부리로 귀를 간지럼 태우고 뭐라고 조알종알 이야기해주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이렇게 동물을 차에 태우고 다니면 심심하지 않고 재미가 있으나, 동물들이란 모두 주인 곁에도 재롱을 떨고 싶어하기 때문에 자꾸 운전석 곁으로 모여들어 종종 위험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미안하지만 하는 수 없이 우리 속에 가두어 둔다. 소쩍새는 뒷자석 위에, 고양이는 옆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지만 개과인 너구리 새끼와 개를 닮은 까치는 요란을 떨기도 한다. 그런 모습들이 내게는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이는지 모른다. 우리협회의 앰뷸런스는 앞 유리창만 제외하고 양 옆과 뒷면에 '한국동물보호협회'라는 마크를 붙이고 동물병원장이 직접 운전하면서 동물을 구하러 다닌다. 사람들은 보통 앰뷸런스가 인명구조 때문에 신호위반, 속도위반, 주차위반을 하고 다니는 줄 알지만 때로는 다친 동물 때문에 위반하기도 한다. 일을 하다가 아직 교통경찰한테 딱지를 떼인 적은 없엇다. 한번은 동물구조가 아닌 보호소의 동물을 입양 보내는 일이 주어졌다. '원숭이'라는 이름을 가진 진돗개가 2년 전 차에 치어 크게 다쳐 협회에 왔다. 다리, 얼굴에 심하게 부상을 입어 한 달 동안 누워서 밥을 먹었고, 2년이 지나 완전히 회복되었지만 한 쪽 앞발을 약간 절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인 원숭이한테도 반한 사람이 있어 입양을 보내게 되었다. 원숭이는 협회 앱뷸런스를 탔고 입양자가 자기 승용차를 몰며 뒤따라 가기도 했다. 그런데 교차로를 지나는 중 입양자의 차가 신호위반을 했다. 두 차가 지나가는 간격 사이로 신호등 불빛이 바뀌었는데 앰뷸런스를 놓칠까봐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를 건넌 것이다. 이를 본 경찰이 정지신호를 보냈지만 입양자는 그것도 무시하고 앰뷸런스를 뒤쫓아오다 결국 뒤따라온 경찰에게 잡히고 말았다. 그는 달려가는 앰뷸런스에 신호를 보내 잠시 세워 놓고 경찰에게 "위급한 환자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중이라 위반할 수밖에 없었다"며 거짓말을 했고, 경찰은 앞 쪽 길가에 서 있는 앰뷸런스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보내주었다. 그러나 이런 속임수가 늘 통하는 것은 아니다. 한 번은 길에서 피흘리는 고양이를 보고 그를 위하기 위해 달려가다가 주차위반을 했는데, 이를 본 경찰이 "사람과 동물은 다르다"면서 한사코 딱지를 끊으려고 해서 애를 먹은 적이 있다. 그는 결국 나의 끈질긴 설득에 넘어가 딱지를 거두어 갔다. "작은 생명부터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 바로 생명사랑의 시작이며, 진정으로 인간을 사랑하는 길입니다." 이것이 내가 그를 설득시킨 말이다. 1999. 7. 자동차생활 |
* kaps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02-07 16:37)
이세상의 어떠한 작은 생명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했읍니다. "나"만 아는 이기주위가 만연한 "나"라는 감옥에 갇혀버린 이 세상에... 나보다 못한 동물에의 사랑을 실천하고자 수없이 헤쳐나가야 하는 고통에 굴하지 않고 온갖 시름에 저항하며 곧은 마음하나로 여기까지 오신 모습을 또한번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