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장님에게 드리는 편지. 저는 지금 이 글을 하늘나라에서 쓰고 있어요. 갑작스런 사고로 협회장님도 못 뵙고 오게 된 것이 너무 슬프지만 여기서는 항상 협회장님을 볼 수 있으니 이제 오히려 마음이 편합니다. 협회장님이 저를 잃고 우시고 너무 슬퍼하시니 저 역시 가슴이 찢어집니다. 저의 운명은 여기 보은 보호소에서 2년간의 행복으로 만족하라는 것인 모양이에요. 2년간 협회장님의 사랑을 담뿍 받으며 보은보호소에서 지냈던 생활 정말 즐거웠고 행복했어요. 특히 제가 보은 보호소를 대표하는 동물로서 19회까지 보호소의 일들을 일기로서 알려주었지요. 그 일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그 일을 오래도록 제가 하고 싶었는데...이제 다른 친구가 대신 해 주어야겠어요. 봉사자들이 와서 산책을 가는 일은 너무 재미있고 신이나는 일이었어요. 숲 속을 친구들과 달리면서 봉사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곳곳의 좋아하는 풀 내음을 맡으면서 보청 저수지까지 가는 길은 마냥 즐거움 그대로였어요. 그러나 협회장님이 안 가시는 날은 저도 가고 싶지 않았어요. 협회장님과 함께 있고 싶었고 지켜드리고 싶었어요. 어디든 곁에 있고 싶었어요. 저는 보은 보호소에 오시는 모든 사람들을 믿고 사랑하며 좋아하였어요. 그러나 협회장님께 드리는 저의 사랑은 다른 사람과 달리 아주 특별한 것이었어요. 이 땅에서 이별은 잠시라고 사람들은 말하거든요. 협회장님! 우시지 마세요. 우리 얼마 안 있으면 다 만나게 되어 있잖습니까? 저는 여기서 먼저 떠난 다른 친구들; 토리. 베리, 베스, 퀴리(입양 간 뒤 이곳에 오게 되었지요) 복실이 등이 있어 저는 외롭지도 않고 평화스럽고 조용한 이 곳에서 영원한 행복을 가지게 되니 협회장님 슬퍼하지 마세요. 건강을 챙기시고 불행한 저의 친구들을 위한 많은 일을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09년 7월 5일 아침 빙글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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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글아 너는 어찌하여 내 곁에서 보은 보호소 일을 잘 도와주다가 그렇게 갑자기 가 버리다니 너무 어이없고 말 문이 막힌다. 일주일의 3일은 보은 보호소에서 지내겠다는 약속을 지켰더라면 너를 살릴 수 있었을 터인데... 2주동안이나 못가고, 그 약속을 못 지킨 대가가 참으로 잔인하구나. 나는 약한 동물 생명들이 고통받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파 도와 주는 일을 해 왔다. 2007년 6월경 대구 북구 어느 다리 밑에서 너는 먹을 것 찾아다니면서 배회하고 있었지. 그 다리 밑에는 집 없는 사람들이 잠 자고 있었는데 너가 그 곳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고 잡아 먹으려고 몇 번이나 시도하였지만 실패하였다. 부근에서 리어카 행상하는 분이 너를 지켜 본 덕분이었다. 그 분은 너의 위험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너를 구조하여 그 분의 리어카에 묶어두고 우리 협회로 연락주어 너는 우리 보호소에 살게 되었지.
대구 보호소에서 지낼때부터 너는 착하고, 사려깊은 행동으로 직원들의 사랑을 받았었고, 즉시 보은 보호소에 오게 되었다. 너에게 훈련이나 뭘 가르쳐 준 적이 없었다. 그러나 너는 스스로 사랑받고 칭찬 받을 행동을 알아서 하였지. 모든 개들이 짖기를 좋아하고, 시끄럽지만 너는 짖는 일 없이 조용한 성품이었지. 그러나 어느 날 웬 낯선 손님이 오니 짖었지. 내가 그 손님과 웃으며 대화하자 즉시 짖는 것을 중단하며 손님에게 꼬리 흔들며 쳐다보며 인사하는 듯 하였다. 봉사자들이나 손님이 오면 너 친구들은 일단 짖어보자하고 막 짖지만 여기 우리 보호소에 오는 분들에게는 안 짖어도 된다는 것을 너는 잘 알고 있는 듯 하였다. 협회장이라는 사람을 너가 지켜주어야 할 사람으로 너는 점을 찍은 것 같다. 너의 영특한 행동이 나를 감동시키니 너에게 어찌 깊은 정과 사랑을 쏟지 않았겠니? 봉사자들과 많은 개들이 숲 속으로 산책을 가면 너는 너무 신이 나서 앞으로 달려갔지. 그런데 안스럽게 너의 뒷다리 하나가 약간씩 절면서 뛰어갔는데 아마 오래 전에 원 주인과 살 때 다친 것 같았다. 그래도 빨리 뛰어가는 것이 날아 가는 것 같았다. 신나게 달려가다가 갑자기 내가 생각나는지 돌아보곤 하지. 다른 봉사들과 개들은 모두 오고 있는데 " 어! 우리 협회장님이 안 보이네.. " 그것이 확인 되는 순간 너는 가던 것을 멈추고 다시 돌아 아무리 먼 거리일지라도 나를 찾아 달려왔지. 내 앞에 갑자기 휙 나타나 우뚝 서서는 매우 근심스러운 듯 나를 보며 "얼른 함께 가요. 걱정했어요" 하는 것 같았다. "알았다. 너 먼저 가면 곧 따라 갈께" 하면 너는 오던 길을 돌아 다시 달려가다가 멈추고 돌아보면서 "안 되겠어요. 함께가요" 하면서 내 곁에 와서는 나의 걸음으로 맞추어 걸어 주었지. 그래도 너의 걸음이 빨라 앞으로 가면서도 계속 돌아보고 또 다시 곁에 오고, 걱정스럽게 나를 보던 얼굴이 가장 잊혀지지 않구나.
처음 너는 봉사자들과 산책 할 때는 나도 당연히 항상 가는 줄 알고 먼저 신나게 막 달려갔지. 나도 따라 가고 싶었지만 모두 가면 보호소를 지켜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내가 남아야 했다. 또 다른 이유는 산책에 못 따라가고 남아 있는 너 친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여 놀아주고 간식이라도 챙겨주고 싶었다. 너는 내가 따라오지 않았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되면 즉시 가던 것을 멈추고 보호소로 돌아와 나를 놀라게 했지. 즐겁게 친구들과 놀다오면 될 것인데 내 걱정이되어 다시 돌아 와 준 너가 참 고마웠지. 그 후 너는 내가 더 이상 산책을 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신나는 산책놀이를 포기하고 보호소에 남아 항상 나와 같이 일하였지. 그래서 너는 봉사자들과 친구들과 숲 속에서나 저수지에서 함께 찍힌 사진들이 없게되고, 내가 대구에 있을 때는 봉사자들과 함께 잘 가곤 하여 그 때 너 사진은 남아 있다. 우린 둘이 보호소에서 남아 내가 너의 큰 친구들에게 간식주기 위하여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면 너는 함께 들어 올 수 없었다. 맛 있는 음식을 잔뜩 들고 있는 나에게 보통 너 친구들은 먹고도 더 달라고 뛰어 오르고 난리를 하겠지만 맛 좋은 너 몫을 주어도 너는 먹지 않았다. 날 따라나서기 위하였지. "우리 친구들에게 맛있는 간식 주고 오세요. 저는 여기 밖에서 기다릴 께요" 하고는 한 시간이 걸려도 주변에서 놀면서 끝나고 나오는 나를 반겨주곤 하였지. 그리곤 내 곁에서 너 몫을 먹기 시작하지. 그러다가 내가 다른 일로 이동하면 먹는 것을 즉시 중단하고 나를 따라오곤 하였다. 너가 음식을 제대로 못 먹는 것이 안타까워 너가 음식을 다 먹을 때까지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곁에 있어 주었지. 어느 날 너가 마당에서 봉사자들과 놀고 있을 때 내가 고양이 방으로 들어간 줄 몰랐지. 나는 고양이 방에서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고양이들과 놀고 있었다. 너는 갑자기 사라진 내가 어디에 있는 줄 몰라 찾아다녔지. 고양이 방은 이층 건물 입구 문과, 복도 문이 닫혀있어 들어 올 수 없었다. 그러나 뒷 동산 쪽으로 창문이 있고 휀스가 있어 그 쪽에서 고양이 방 안을 볼 수는 있지 그래도 찾기가 어려웠을텐데 용케 고양이 방 창 너머로 나를 찾아내고 앉아 기다리고 있는 너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지. 어떻게 그리도 잘 찾아내었는지... 나는 너한데 아주 미안할 지경이었다. 너는 그렇게 항상 나의 그림자처럼 내 주변에 있어 주었지. 나 역시 너가 잠시 안 보이면 찾기도 할 때가 있었지. "빙글아. 빙글아." 하고 크게 부르지. 어디서 놀던 그 큰 귀를 펄럭이며 얼굴은 갸웃 뚱하고는 바람처럼 뒷산이나 건물 뒤에서 휙 돌아서 나오는 모습이 눈 앞에 아른 거리구나. 보은 보호소에서 항상 내 곁에 있어 나는 외롭지 않았고 마음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저녁에는 동물동으로 너의 친구들이 있는 잠자리로 보낼 때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너도 들어가고 싶지 않아 나의 눈치를 보곤 뒷 걸음질 하였지만 즉시 포기하고 들어갔지. 그냥 사무실에서 함께 잘 걸 그랬지 후회되구나. 우리의 인연은 그렇게도 짧아야 했는지...
마지막을 너와 함께 보은 읍내에 수의사님과 엠마와 양소장과 이부장과 함께 점심 먹으러 갈 때이다. 양소장과 이부장이 빙글이도 함께 가자면서 차에 태우려고 하였다. 너는 차에 타지 않으려고 마당에 누워 애교를 부리며 두 남자가 차에 억지로 태우려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내가 차에 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나는 또 너가 차에 타는 것을 싫어하는 줄 알았지. 그래서 내가 "빙글아 나도 모두 함께 읍내에 가는데 안 갈래"며 내가 차에 오르자 당장 함께 따라 올라왔지 그렇게 너는 어디든지 내가 가지 않으면 가지 않았고 내가 가면 함께 따라왔다. 이것이 너와의 마지막이 될 줄 꿈엔들 생각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약 2 주 후 너는 다른 세상으로 가 버리고 나는 대구에 있었다. 2주 동안 가지 않았던 것이 너무 후회되고 후회된다. 오늘 보은 보호소에 왔다. 3일을 머무르려고 한다. 보호소 마당 곳 곳에서 큰 귀를 나풀거리면서 뛰어오는 너의 귀엽고 잘 생긴 모습이 환하게 보이는 듯 하였다. 너 무덤에 가 보니 어제 밤에 비, 바람이 심하더니 초록색 나뭇 잎들이 많이 떨어져 너를 덮고 보호하고 있었다. 너가 곁에 있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보고 싶은 빙글아! 우리 다시 만나자. 너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내 곁에 와서 나의 힘든 동물보호 일을 도와주면 참 좋겠다. 만약 너가 사람이었다면 가장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사람으로서, 누구에게나 따뜻한 사랑과 인정을 베풀며 남에게 도움을 주는 완벽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내 곁에 있어주기를 간절히 기도할께. 2009년 7월 10일 너의 보살핌과 사랑을 많이 받아 항상 기쁘고, 위안이 되었던 너의 엄마 협회장이. |
습관처럼 협회 사이트에 들렸다가 업데이트 내용이 있기에 기뻐한 것도 잠깐... 빙글이가 하늘나라로 가다니요...얼마나 상심이 크세요? 협회장님 이하 보호소 분들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저랑 수잔도 몹시 슬퍼하고 있습니다. 교통사고였나요? 성격 좋고 활발하던 빙글이를 다시는 볼 수 없다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장마와 무더위에 협회 식구들과 동물들 모두 무고하시길 기원합니다...
조문선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