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빙글이에요.
추석이 지나고 보은 보호소에서 친구들과 또 보호소에서 있었던 일들 몇가지 이야기 해 줄께요.
이 방은 협회장님 사무실이에요.
관리동 문 입구에서 협회장님이 안에서 일하실 동안 저는 이렇게 앉아서 기다리다가 지루하면 누워 잠을 자기도 했어요.
보은 보호소에서 저는 보호소 안과 밖을 저 혼자만이 가장 자유스럽게 다니지요. 동물동 밖을 나와 마당에서 제 마음대로 다니면 놀아도 멀리 가지 않습니다. 저를 부르는 소리가 나면 어디있던지 당장 달려와 저를 걱정하는 분들의 마음을 편케 해줍니다. 그렇다해도 협회장님은 항상 저를 지켜보고 있으며 잠시 보이지 않으면 저를 부릅니다. 조용한 숲 속에도 위험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랍니다.
2년 전 제가 우연히 집을 나와 배회하다가 다리 밑에 사는 노숙자들이 저를 잡아 먹겠다는 것을 리어커 장사하는 분의 도움으로 구조받고 보호소로 왔습니다. 그동안 협회에 계시는 분들은 저에게 어떤 훈련도 시키지 않았지만 저는 스스로 말을 잘 듣고 착한 행동을 하였습니다. 덕분에 협회장님, 양소장님, 직원들, 봉사자들로부터 사랑과 신임을 받아 이렇게 보호소 밖 마당에서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특혜를 받았답니다. (제가 너무 자랑이 심했나요? 후후~)협회장님이 사무실에서 일 할 때 저는 문 밖에서 기다리다가 드러누워 자기도 합니다.
협회장님 사무실에서 협회장님 특별배려로 협회장님이 일할 동안은 여기서 함께 지내게 되었지요. 제가 문 밖에서 항상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안스럽다고 들어오게 하였습니다. 꼬마 채헌이와 저는 친하게 잘 지내지요. 채헌이가 저에게 뽀뽀 해준대요.
깜순이와 함께.
제가 마당에 다닐 동안 친구들은 모두 부러워하며 짖어댑니다. 할 수 있다면 함께 나와서 놀 수 있으면 참 좋겠어요. 새 친구 "깜순이"입니다. 깜순이도 저처럼 밖으로 다녀도 절대 멀리 가지 않아요. 깜순이는 여기 보은보호소에도 있고 대구 보호소에도 지내기도 합니다. 사실은 깜순이가 대구 보호소에 있을 때 이유진씨 댁에 입양이 되었지만 워낙 착하고 말을 잘 듣는 성품 때문에 유진씨가 자랑삼아 보은에도 자주 데리고 옵니다. 유진씨가 대구에 내려갈 때도 깜순이는 제 방에서 함께 며칠씩 지내기도 하지요.
깜순이는 며칠 밤 여기서 지내고 대구로 다시 갔어요. 너무 착하고 영리하다고 모두 칭찬이 자자해요.
뚱글이와 놀 때는 문제가 좀 있었지요.
관리동 앞에서 잠시 잘 놀았어요. 협회장님이 오시면 항상 저를 밖으로 나오도록 해줍니다. 같은 방에서 지내는 뚱글이는 저 혼자 나가면 애가 터져 고함지르고, 짖고 난리를 쳤어요. 그래서 밖으로 나와 함께 다니도록 해주었는데요.
뚱글이가 길 쪽으로 가더니 갑자기 그 길로 계속 나가고 있어요. 처음은 재미삼아 같이 큰 도로쪽으로 달려나갔어요. 직원들이 얼른 오라고 부르고 있는데 저혼자 되돌아 가려니 뚱글이가 걱정이 되어 그냥 따라 갔어요. 차가 다니는 큰 도로까지 나가고 뚱글이는 보은 읍내로 가는 길로 마냥 가고 있었어요. 멀리서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계속 들려오는데 저는 더 이상 뚱글이를 따라갈 수 없어 보호소 쪽으로 되돌아 달려 갔습니다.
막 달려오니 봉사자가 빨리오라고 야단치고 있습니다. 뚱글이는? 곁에 뚱글이가 없는 것을 보고 봉사자는 직원들에게 알렸고, 차를 타고 다시 뚱글이를 찾으러 큰 도로로 달려갔어요. 뚱글이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하였는데 저 멀리 논에서 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쪽으로 뛰어가니 직원들도 뒤 따라왔습니다. 뚱글이는 불러도 논에서 뭘 하는지 들은 척도 하지 않아 할 수 없이 구조직원이 가서 안고 차에 태워 보호소에 왔습니다. 뚱글이는 그 후 저 처럼 밖으로 못 나왔습니다. 또 너무 짖어 일층 큰 개들 방으로 가게 되고 우리는 헤어지게 되었지요.
일 층 큰 개들 방에서 뚱글이. 최근에 입소된 허스키 '보영이'와 잘 어울리고 짖는 문제도 아주 좋아졌어요.
큰 도로에서 보호소 들어가는 길 포장
저희 협회가 작년 4월 준공식을 가진 이후 보호소로 들어오는 길이 비만 오면 진흙탕이 되어 차나 사람들이 다니기가 매우 불편하였답니다. 이번 2008년 9월 보은 군청에서 마침내 길 포장을 해주었습니다. 공사 첫날이지요.
인부들이 나와서 일을 하고 있어요. 저도 바쁘게 뛰어다니면서 구경하였습니다.
포장이 끝나고 우리 보호소로 들어오는 길은 이제 비가 와도 걱정없게 되었어요.
협회로 들어가는 길 입구. 간판도 아주 크게 만들었지요. 회원들이 쉽게 보고 놀러오라고요. 채언이랑 저는 멀리까지 달려도 갔지요.
보호소 앞 땅 넓히기
또 놀랄 일이 있어요. 보호소 입구 쪽으로 웅덩이가 몇 개 있어서 그 부근을 흙으로 모두 덮고 잡초들을 제거하니 우리 앞 마당이 굉장히 넓어졌고 약 200평의 평지를 더 얻게 되었답니다.
제가 이 평지를 달리면서 대견이에게도 보라고 했어요. 대견이도 "야 참 넓어졌네" 하였어요. 원래 동물동 2층은 고양이들 전용 방만 만들었는데 작은 개들이 임시로 거주하고 있었지요. 여유가 되면 작은 개들 집을 여기 넓은 마당에 마련 해주고 이층은 모두 고양이 방으로 꾸미고 옥상을 잘 활용하게 해준대요. 고양이들을 대구서 아직 많이 데리고 오지 않은 이유는 작은 개들이 짖어 고양이들이 스트레스 받아서 그렇대요. 마당에는 과일나무와 꽃을 심고, 둘레를 모두 울타리를 치고, 친구들도 저 처럼 나와 달리기를 할 거에요. 그러나 아직은 돈이 없어 계획 중이랍니다.
그런데 제가 뛰어놀다가 응가를 했어요. 대견이가 " 에고, 빙글이 좀 봐요. 안 볼래요" 하네요. 아니 근데 이렇게 민망하고 챙피한 사진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다니 정말 부끄럽다고요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