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시골로 이사온 이유 중의 하나는 동물들을 위함이었는데, 동네의 여러 집에는 개장수들이 많습니다. 한번씩 철장을 실은 트럭을 만나노라면 정말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회의감이 앞설 때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얼마 전 뒷집에 노인네들이 집을 지어왔는데 이른 아침이면 강아지의 비명소리가 들려 그저 야단 정도려니 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창문을 열면 바라보이는 그집 마당에서 노인이 강아지를 들고 던지고 때리고 하는 모습과 그럴 때마다 죽어라고 울부짖는 강아지, 순간 화가 치밀어 왜 강아지를 그렇게 학대하느냐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며칠 전에는 밤 12시가 되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길래 노인네에게 정신이상 아니냐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우리집 개가 짖는다고 사실 동네에서 항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며칠을 그렇게 그 노인네의 학대가 이어져도 동네사람 아무도 항의하지 못하는 걸 보고 '개가 짖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학대해서는 안된다'라고 하니 웬지랄이냐고 그러더군요.
그 이후 더 이상 강아지의 비명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간혹 외마디 비명은 들리네요. 한 번만 더 그러면 사람이 얼마나 독한지 보여줄 작정입니다.
정말 사람사는 세상이 싫습니다. 인간 이하의 비정상적인 인간들이 즐비하는, 동물을 물건 취급하는 시골이 싫습니다.
왜 똑같은 사람들인데 감정에 그렇게 무딘지, 저 인간들은 도대체 어떤 교육을 받고 자랐길래 저런지, 인간들의 형태가 지겹다는 생각에 넋두리해 봅니다.
돈을 벌어 잘 살아보자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그러나 고통과 슬픔을 나타내는 생명체와 아무 것도 못 느끼는 무생명체와 똑 같이 취급하는 무섭도록 감정이 돌처럼 굳어있는 마음들이 있는 곳에 어떻게 가겠습니까? 먹고 살고, 돈 벌자고 하는 일은 아주 정당하고 당당하하여 어떤 설명도 귀를 막고 동물의 슬픔과 고통의 눈빛도 돈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습니다. 돈을 벌고, 벌어도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채워 줄 그릇은 없습니다.그냥 무한 공간이니 비관스러울 뿐입니다. 소수의 양심과 인정이 있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 세상은 억지 유지되고 일부 동물이라도 도움 받을 수 있는 것이니 그것으로라도 위로 받고 살아 가야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