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회에서 2,000여장의 전단지를 받아 제가 사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는 일일히 우편함에 넣기로하고 전단지 2장을 한세트로 스테이플러로 찍어 편지봉투에 하나씩 접어 넣기를 한참을 하고 있자니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 아이구 소리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덥기는 왜이리 더운지.
'내가좀 도와주련?' 뒤에서 아버지 소리가 들려서 돌와 봤더니 아버지도 한국의 여름에 지치셨는지 피곤해 뵈서 '아니예요, 제가해요' 해도 '이렇게 하는거냐?" 하시며 종지에 떠놓은 물사발에 손을담그시며 두장씩 포개 스테이플러로 찍어 주시는 겁니다.
외국으로 이민가신지 20여년. 6년만에 나오셔서 자식의 변한 모습에 처음에는 조금 낯설어 하시더니 이내 엄마랑 같이 끄덕이시며 동조해 주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8순의 노인이시라 집안에서 큰개를 키우는 것이 낯설고 부담이 되셨을텐데도 노력하시며 함께해 주시니 저는 그저 고맙고 마음이 따뜻해질 뿐이었습니다.
함께 생활하며 순간순간마다 강조하다 못해 흥분하며 개/고양이 식용문제를 토해낼때도 '그래, 한국도 이제 개고기 그만 먹어야해' 하시는 말씀에 천군만마를 얻은 듯, 가까운 사람들과 가장 중요한 문언가를 나눈 기쁨에 끔찍하게 더운 요즘 신이나서 전단지를 돌립니다.
오늘은 퇴근해 집에오니 아버지께서 800여장 정도를 세트로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말없는 아버지의 동조와 후원에 저는 제가 하고있는 일이 하찮고 쓸모가 없을지도 모를 일을 하고 있는 건아닌가 가끔 생각하곤 했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70-80년대에 대학생활을 했으면서도 그 흔한 데모나 어떤 운동/활동도 해본적 없는 저였기에 부모님깨서는 다늦어 웬 운동이냐고 의아해 하실만도 한데 묵묵히 자식의 사회참여에 지지를 보내주시니 저는 다시금 부모님이 존경스럽고 감사할 뿐입니다.
거창하게 떠들며 하는 참여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와 그저 조용한 행동으로 보태고 싶었는데 이렇게 주변에 소문내며 떠들게 되네요.
하지만 한편 이렇게 알리지 않으면 정말 쓸모 없는 시간낭비나 정신적인 유행과 사치의 몸짓에 지나지 않을거란 생각이 새삼드네요.
그저 나 이외의 가엾은 생명들을 돕고, 살리고픈 마음으로 하나가 된 우리 협회의 회원 여러분!
저 요즘 덥고 힘들지만 전단지 열심히 돌릴겁니다.
저희 부모님도 말씀은 없지만 옳은일 하는거라고 도와주시네요.
힘이 납니다.
여러분들도 더운데 건강 조심하시고 기운내세요.
제가 너무 자랑했나요?
새로 인쇄되는 전단지는 더많이 가져다 대전의 신문 보급소에 부탁해 볼겁니다.
전병숙님! 우리 나눠서 더 하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