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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나비 이야기
by 배철수 (*.245.72.172)
read 9104 vote 0 2004.09.17 (17:27:52)

나비를 만난 것은 지난 5월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등산로를 지나다가 엄마를 찾는듯한 새끼 고양이의 울음에 주위를 보니, 갓 젓떨어진 아기가 계속 울고 있다.
나비야 하고 계속 부르니 의외로 내쪽으로 조금씩 오는게 아닌가.
야생의 고양이는 사람을 경계하는데 아직 아기라 그런 관념이 없나보다.
쓰다듬어 주니 좋아서 기댄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럴 때 항상 고민이다.
내가 데려가 기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두고 오자니 마음에 걸린다.
어찌하겠나, 일단은 안고 가야지.
몇 발자국 떼니 할퀴어서 다시 내려놓았다.
갈등이다. 이럴 때마다 나는 정말 힘들다.
내가 데려가 책임을 질 수 있으면 할퀴더라도 꼭 안고 가겠건만, 사실 대책이 없다.
그냥 내려놓은 채 한참을 쓰다듬어 주기만 했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을 뒤로 하고 시간에 쫒겨 산을 내려 왔다.

다음 날 산에 오르면서 나비를 불러보았다.
그러나 찾을 수가 없다. 혹여 죽지나 않았는지 마음이 쓰인다.
사흘 후 정자 앞 쓰레기통에서 나비를 만났다.
너무 반가워 나비를 불렀더니 좋다고 옆으로 온다.
나비와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다음 날부터는 사료를 조금씩 가지고 산에 올랐다.
나비를 부르니 정자 앞 수풀에서 대답을 한다.
누가 가져다 주었는지 고등어가 일회용 스티로폴에 담겨 있다.
고마운 사람이다.
사료를 주니 의외로 잘먹는다. 물과 남긴 사료를 통에 담아 두고 혹여 비라도 올까싶어 우산을 받쳐 두었다. 잘자라야 할텐데...

한달 여가 지났다.
매일 나비를 만난다.
사료를 주면 좋아서 손등을 한번 쓰다듬고 먹고를 되풀이한다.
가끔씩 얼굴이 가려운지 긁길래 보니, 세상에 진드기가 몇 마리나 붙어있다.
동물병원에서 약을 사서 다음 날 발라주니 신기하게 진드기가 없어졌다.
장마철이라 비가 잦다. 비오는 날이면 나비로 인해 걱정이 된다.

가끔씩 등산오신 분들에게 나비의 이야기를 듣는다.
일전의 젊은 새댁이에게 들은 이야기는 가슴을 아프게 했다.
처음 나비를 보았을 때 정자 앞 나무 아래 쓰러져 있더란다.
힘이 없어 축 늘어진채... 마침 아기가 먹던 우유가 남았길래 조금 주었더니 잘 먹더란다. 그래서 가끔씩 올 땐 생선이며 우유를 가지고 온단다.
요즘은 한참을 못왔는데 많이 컸다고 반가워한다.
또 어떤 할아버지는 새벽 등산을 오시면서 먹을 것을 챙겨 오신단다.
그래서 나비 식탁 주위를 보면 별별것이 다 있었나 보다.
여름이 되니 음식물이 금방 상해져 가끔씩은 주변 정리를 한다.
그래 세상에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아직은 살만한 세상인가 보다.

이제 더위가 누그러졌다. 나비도 6개월 정도는 된 것 같아 불임수술을 해야하는데 걱정이다.
큰 맘먹고 박물관 동물병원에서 케이지를 빌려 아침에 산에 올랐다.
나비를 불러 안고는 케이지에 잽싸게 집어 넣고 문을 닫으려는 순간 놀라서 솟아오르는 나비는 내 팔을 할퀴고는 도망쳐 버린다.
실패다. 허탈한 마음을 하고 내려왔다.
점심시간, 이젠 나에게 놀라 불러도 오지 않으려니 하고 사료를 가지고 산에 올랐다. 근데 의외로 금방 대답한다. 점심을 먹이면서 아침에 놀란 나비가 안쓰러워 쓰다듬어 주었다.

며칠이 지났다. 걱정이 태산이다. 혹여 이 놈이 새끼라도 가지면 어쩔까 조바심이 난다. 제법 고양이티가 의젓한 나비를 보니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걱정뿐이다.

오늘은 큰 맘을 먹고 덫을 가지고 산에 올랐다. 나비를 불러 먹이를 덫 안에 놓아 보았다. 의외로 덫에서 고양이 냄새가 나는지 경계를 하지 않는다. 순순이 덫 안으로 나비가 들어가는 순간 문을 닫아버렸다. 갑자기 변화된 환경에 나비가 울기 시작한다. 믿었던 나에게 배신감을 느꼈는지 괴성으로 울기 시작한다. 어떻게 산을 내려왔는지 모르겠다. 내려오면서, 차 안에서 계속 나비에게 위로를 하면서 동물병원에 맡겼다.
왠지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지 회의가 밀려온다. 종족번식은 동물의 본능인데 그것마져 허용할 수 없는 현실이 참담하다.

다음 날 수술을 마친 나비를 찾아 산에 올랐다. 어제보다는 덜 울지만 그래도 얼마나 불안한 하루를 보냈을까?
제자리에 케이지를 놓고 나비를 내놓았다. 의외로 도망치지 않고 내게 다가와 손등을 부빈다. 배신감으로 나를 경계할 줄 알았는데...그저 나비가 고맙고 대견하다.

오늘 산에 올라 나비 수술부위를 살펴보았다. 습기진 날씨여서 염려했는데 의외로 괜찮은 것 같다. 아!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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