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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 밥주세요!
by 조희진 (*.75.208.39)
read 13122 vote 0 2003.02.17 (22:50:35)


요즘 전 사랑에 빠졌어요. 그 순수함에 푹 빠져있답니다.

몇달전 제가 주차를 한 후 차에서 내리니 어떤 고양이 한마리가

겁도 없게시리 제 앞을 가로막고는 '야옹, 야옹' 하는 거예요.

'너 배고픈 모양이구나.' 하고는 마침 제게 있던 케익을 주니 그걸

먹어치우는 거예요. 육식동물인 고양이가 케익을 말이죠.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그게 계기가 되어 동네 야옹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는데요.

방법은 주차되어있는 자동차 밑에 밥그릇을 놓고 아침, 저녁으로

고양이 사료를 사서 공급했답니다.

첫날, 괜히 사료값만 날리는거 아닌가 하면서 사료를 놓아두었는데

그 다음날 아침에 가보니 싹 비워져 있는 겁니다. 얼마나 기쁘던지.

그러면서 야옹이 3마리를 사귀게 되었는데, 처음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니 어느 순간부터 그들이 조심스럽게 다가와주었구요.

이제는 제가 주차장에서

'야옹아' 하고 부르면 어디선가 손살같이 나타나며

(물론 근처에 있을 때에 한해서 말이죠^^. 글구,

담 타고 내려오는걸 보면 얼마나 멋있고 신기한지 몰라요!)

다리에다 머리를 부비고 제 앞에 버티고 앉아 털 손질을 하거나,

혹은 제가 차를 닦고 있으면 따라다니며 친구해준답니다.

저도 개만 길러봐서 고양이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이렇게 정이 많고

애교 많은 친구도 드문것 같아요.

쓰레기봉투 뜯는다고 농약을 뿌리다니...

야옹이가 쓰레기봉투를 뜯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예요.

'너무 배가 고파요.' 하는 신호인데...

농약 살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고양이 사료를 사다 먹이는 것이

같은 돈을 써도 더 가치로운 행동일텐데.

그러면 쓰레기봉투 잘 뜯지 않습니다.

자원은 인간이 다 차지하라고 주어진게 아니잖아요.

그들도 차지할 권리가 있는데 그걸 빼앗아 놓고는

좀 달라는데 내치다니...

야옹이가 주는 사랑으로 제가 받는 영적 치유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차원의 것이랍니다.

낮엔 낄죽하던 눈이 밤이 되면 동그레지는데, 그 눈에서 넘쳐나는

저를 향한 신뢰와 사랑은 마치 신의 그것과 흡사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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