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9일 한국일보 사회면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첫 민간주도 동물보호소 "버려져 기죽은 녀석들 동물천국서 명랑해져"
충북 보은군 수한면 질신리에 민간 주도의 첫 동물보호소가 둥지를 틀었다.
비영리 재단법인 한국동물보호협회(회장 금선란)가 최근 문을 연 ‘보은 동물보호교육센터’는 버려진 동물들의 안식처다.
19일 해발 300m 산 중턱에 오르자 푸른색 보호망으로 둘러싸인 2층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1층은 개들의 보금자리다. 냉난방을 갖춘 방 한 켠에서 스피츠, 테리어 등 3,4마리가 나무로 만든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다. 13~17㎡ 크기의 이런 방이 모두 14개다. 샤워장은 털을 말리는 드라이기도 있다. 개들이 뛰노는 운동장에는 여름철 뜨거운 햇볕을 막는 차광막이 쳐져 있다.
2층은 고양이 집이다. 방 24개가 죽 이어져 있어 복도식 아파트 같다. 각 방마다 고양이가 좋아하는 놀이기구인 캣타워가 있고, 천장에는 구멍이 뚫려있다. 이 구멍을 통해 고양이들은 옥상의 놀이터로 자유롭게 드나든다.
이 보호소의 수용 능력은 개와 고양이 합쳐 500마리다. 현재 전국에서 버려진 개 30여 마리가 수용돼 있다. 보호소 바로 옆에는 동물병원이 있다. 양정섭(43) 보호소장은 “버림받아 기가 죽어 있던 녀석들도 좋은 환경 속에서 며칠만 지내다 보면 절로 명랑해진다”고 말했다.
동물보호협회가 보호소를 건립한 이유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버려진 동물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뒷짐만 지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에 따르면 최근 애완동물이 늘면서 동물 학대 및 유기도 급증하고 있다. 한 해에만 수 만 마리가 버려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부 지자체 등이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긴 하나, 대부분 동물을 일정기간 가두는 기능에 불과한 실정이다.
협회는 “제대로 된 동물보호소를 지어보자”며 금 회장이 내놓은 사비와 7,000여 회원들의 기부금 등으로 보은에 2만8,700㎡의 부지를 마련, 2003년 9월 건립 공사에 들어갔다. 미국 등 해외 동물보호 단체들도 지원금을 보내왔다.
협회는 보호소를 동물보호 홍보 및 교육을 위한 학습장으로 활용키로 했다. 어린이는 물론 애완동물을 키우려는 사람들이 버려진 동물들과 함께 생활하는 체험 프로그램 등도 운영할 참이다. 금 회장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동물을 책임 있게 끝까지 키우도록 교육하는 데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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