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19일 연합뉴스에 보도된 내용입니다.
(대구=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지방자치단체가 유기동물 보호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인 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수탁자로 선정하는 바람에 오히려 동물학대 등의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19일 한국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초 경북 포항 시위탁 유기견보호소에서는 전직 소장이 홈페이지를 통해 "시 공무원들의 요구로 지난 한해 동안 수차례에 걸쳐 보호중인 개들을 식용으로 제공했다"고 고백해 논란이 일었다.
"친척이 몸이 약하니 약으로 쓰게 개를 달라"고 요구한 시 공무원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고백은 유야무야됐지만 협회는 "유기동물 보호에 앞장서야 할 소장이 그런 행동을 저지른 것은 기본적인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운영자의 자질 문제는 수년전부터 일찌감치 유기동물보호업무를 민간에 위탁해 온 서울과 인천, 대전 등 타지역 지자체 민간위탁 유기동물 보호소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수탁자가 개농장을 운영하면서 유기동물을 번식용 또는 식용으로 되팔거나 보조금만 챙긴 뒤 동물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아 수백마리씩 떼죽음 시키기도 했고 사료값을 아끼기 위해 몸집이 큰 개들은 붙잡자마자 안락사시킨 사례도 있었다.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지자체 민간위탁 보호소에서 이처럼 동물학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까닭은 지자체들이 뚜렷한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수탁자를 선정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유기동물 한 마리를 붙잡아 보호하는 데 드는 비용은 크기와 건강 상태, 중성화 수술 여부에 따라 최소 5만원에서 수십만원에 달하며 차량 연료비 등을 포함하면 매달 200~300마리 정도를 구조할 경우 1천만원 이상의 유지비가 들게 된다.
그러나 지자체가 보호소에 지급하는 보조금은 마리당 2만~4만원 수준에 불과해 독지가의 도움이나 회원들의 성금이 없이는 유지조차 힘든 상황이라 일을 맡겠다고 나서는 자원자가 드물고 수탁자 선정에 까다로운 기준을 들이댈 수 없는 실정이다.
한국동물보호협회 금선란 회장은 이와 관련해 "위탁받고자 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해서 자질이 없는 사람을 택한다면 보호소의 설립 취지 자체가 변질되고 말 것"이라며 "어렵더라도 동물을 사랑하는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사람에게 일을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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