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동물보호협회
입양된 아이들
read 11928 vote 44 2005.08.23 (15:01:26)



(직원 문주영 씀)
점잔이는 몸집이 크고 사람을 따르지 않는 뚱한 성격 땜에 입양하러 온 사람들에게 한번도 선택 받은적이 없었던 개 였다.

애사모 회원이나 협회에 일년 넘게 봉사 오는 김봉애씨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고 항상 멀뚱이 쳐다보다, 내가 들어가면 내 발 밑에 뛰어와 앉아 친해지고 싶어하는 봉사자 들을 섭섭케 하였다.

협회의 다른개와 달리 나만 따르고 청소 할땐 신문지를 물고 놀자며 고무 장갑낀 손을 "아르릉 아르릉" 물며 훼방 하곤 했다.
" 점잔이는 강아지야? 곰 새끼야?" 하면 더 좋아 신나게 손을 물어 댔다.

첨에 이순화씨 부부가 점잔이를 입양하겠다고 했을때 안된다고 거절 했다. 정이 들어 보낼수가 없으니 다른개를 데려가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순화씨는 좁은 이곳 보다 우리집이 환경이 더 좋지 않겠냐며 잘 키우겠다고 계속 점잔이 를 고집 하였다.

물론 좁은 보호소 보단 가정 입양이 점잔이를 위하는 길이지만 혹시 잠깐의 부주의로 다시 길거리를 배회하는 불쌍한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입양결정을 망설이게 했다.

회원 정수인 씨의 소개로 왔으니 믿으라는 얘기에 정수인씨께 확인 전화를 하니 좋은 가정이니 입양을 추천한다고 했다.

절대 잊어먹지 않겠다는 단단한 약속을 하고 어리둥절한 점잔이를 이순화씨 품에 안겨 떠나보내니 한동안 눈물이 흘러 일을 할수가 없었다.

밤새 점잔이 걱정에 뒤척이다 다음날 점잔이의 안부가 궁금해 이순화씨댁에 전화를 했다.

47평의 넓은 아파트를 오자마자 뛰어다녀, 미닫이 문은 전부 떼냈다는 말에 그동안 이좁은 보호소가 얼마나 답답했을까하는 안쓰런 마음이 들었다.
밤에 아저씨의 품에 안겨 편안히 자고 애들도 너무 이뻐한다는 얘기에 벌써 이곳을 잊은것 같아 섭섭기도 하고 한편 다행 스럽기도 했다.

은근히 심통(?) 맞은 생각에 " 근데 애교가 좀 없지요?" 하고 했더니, 이순화씨의 대답이 걸작이다. " 애교가 없음 우리가 점잔이에게 애교 떨면 되요" 한다. 그말을 듣고 우리는 신나게 웃었다.

점잔이가 보고싶음 언제든 방문해 달라는 얘기를 끝으로 전화를 끊고 나니, 어제의 걱정은 다 날라가고 기분이 날아갈것 같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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