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동물보호협회
read 33017 vote 0 2008.10.01 (11:27:06)

2005년 6월 여기 저기 강철, 신문, 박스 등 온 갖 잡동사니 고물이 쌓여 있는 고물상에서 나는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임신을 하게 되고, 곧 만삭이 되어 새끼를 낳아야 되는데 양수는 터지고, 힘을 주어도 도대체 애기들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아 나는 지칠대로 지쳤다.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 엉금 엉금 기어 마당까지 나가게 되었다. 내가 양수와 흙과 범벅이 되어 질퍽한 마당에 괴롭게 누워 있었는데 고물 줍는 아주머니가 고물을 팔러 여기 들어와서는 나를 발견하였다. 아주머니는 협회 근방에 살면서 보호소도 협회장댁도 잘 알아 나를 안고 자루 속에 넣어 협회장댁으로 보내 주었다. 협회장은 나를 보더니 안타까워하면서 몸에 흙과 물을 닦아주고 새끼를 낳도록 자리를 마련하여 주었다.

양수가 나왔기 때문에 나는 곧 새끼가 나올 줄 알았는데 나오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까지도 소식이 없고 고통스러워 울고 있으니 협회장은 급히 병원으로 입원 시켜주었다. 수의사는 곧 제왕절개를 하였고, 뱃 속에는 한 마리 새끼가 골반에 끼여 죽어 있었고 나머지도 나오지 못하여 모두 죽어 있다고 수의사는 직원에게 이야기 하였다. 만약 내가 그 때 고물아주머니로부터 구조 받지 못하였더라면 죽었을 것이다라는 말도 하였다. 내가 살아 난 것은 다행이지만 5마리 자식들이 모두 죽어 마음이 아팠고 하루 종일 울고 있었다. "울지마라"고 사람들은 위로하여 주었지만 3일 동안 밤, 낮으로 울고 있을 때 고물상에 같이 지냈던 내 친구도 나와 비슷하게 새끼를 낳다가 탈이 났다. 그 아주머니가 발견하고 여기 협회장댁으로 오게 되었다. 곧 수술을 받고 나와 함께 협회장 댁에서 지내게 되었다.

협회장은 나를 " 고희"라 부르고 친구는 "고순"이라 불러 주었다. 고순이도 죽은 새끼를 생각하며 울어대었다. 우리가 이렇게 매일같이 함께 울고 있을 때 엄마 잃은 고아 새끼들이 하나 둘씩 들어왔다. 협회장과 직원들은 " 여기 엄마 잃은 불쌍한 새끼들이 들어 왔으니 너 자식인양 여기고 잘 돌보아 주어라" 하였다. 나는 내 새끼인 것처럼 반가워 그 애들을 안고 핥아주고 젖을 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매일같이 엄마 잃은 새끼들이 들어와서 친구 고순이까지 업동이들을 정성껏 보살펴 주었다. 직원들과 협회장은 "참으로 착한 엄마들이구나! 남의 새끼들을 이렇게 잘 거두어 주니 천만다행이다. 고맙다'고 칭찬하고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기분이 좋아 더욱 새끼들에게 젖을 잘 먹도록 배를 내밀고 핥아주면 협회장에게 "나 잘하지요" 하면서 쳐다보곤 하였다. 그럼 협회장님은 눈치채고 "그래 착하다, 착해' 하면서 나의 눈을 쓸어주고, 등을 토닥 토닥 두들겨 주었다. 그런데 보니 협회장님은 고순이에게 더 칭찬을 해주는 것 같았다. 하긴 고순이도 나 이상으로 업동이들에게 잘하고 있었다.

업동이들의 나이가 모두 달랐다. 눈도 뜨지 않은 2-3일 된 애기, 10일 된 애기, 20일 된 애기, 한달 된 애기들, 두달 된 애기 들... 등 젖 먹여 주기가 여간 힘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협회장님은 공평하게 젖을 나누어 먹도록 해 주었다. 고순이가 젖이 더 많아 주로 어린 새끼들을 돌보고 나는 큰 애들을 담당했다. 지금 17마리 새끼들을 돌보느라 고순이와 나는 힘들지만 잃어 버린 자식들을 생각하며 정성껏 돌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우선 협회장댁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지만 새끼들이 모두 건강하게 자라 예방주사를 끝내면 보호소로 가야만 된 다는 것을 직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참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비록 작은 골방에서 17마리 새끼 와 나와 고순이 모두 19마리가 살기에는 비좁지만 협회장이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우리들을 자상하게 잘 돌보아주셔 그것만이라도 만족하고 있었다. 매일 같이 협회 일과 우리 고양이들을 돌보느라 밤 3-4시에 주무시는 것을 보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업동이들을 데리고 고순이와 함께 협회장님 댁을 떠나 보호소로 갈 각오는 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 업동이들도 항상 애기로만 있는 것이 아니고 점점 자라게 되면 보살핌이 많이 필요로하지 않을 것이므로 보호소에 가도 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고희

고희와 고순이

대구 고양이 보호소에서 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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