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동물보호협회
read 15406 vote 0 2021.09.06 (20:55:15)

2021년 3월 31일에 협회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이런 내용의 문의를 받았습니다.


" 안녕하세요??

관문시장 주차장에 관문시장 입구에 새끼 고양이가 있어요 ㅠㅠ 물을 줘놨는데 여기 술 취한 분들이 많아서 해코지할까 봐 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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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요청자가 보내준 당시 사진




사진으로만 봐도 아주 어린 새끼 고양이였습니다.


때는 3월 말이었고 봄부터 태어난 새끼 고양이들을 많이 구조하여 이미 쉼터는 포화상태였습니다.


매년 봄마다 가을마다 겪는 일이지만 참.. 이 시기가 되면 새로 태어나고 또 버려지고, 어미 고양이가 죽은 후 구조되지 못해 죽고, 구조된 후에도 대부분 구청과 계약된 유기동물센터로 가서 폐사하는 수많은 새끼 고양이들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시기입니다.


이곳은 민간 쉼터라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르면 입소를 제한하지만, 불쌍한 어린 생명들을 보다 못해 여력이 닿는 한 한계치까지 구조하기에 한 마리만 더, 한 마리만 더, 이렇게 무리해서 입소를 받기 마련입니다. 물론 쉼터의 동물수가 늘 때마다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주는 쉼터 가족분들 덕분이지요. 다들 감사합니다.


장소는 때마침 협회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장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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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고양이를 케이지에 담아 온 직후




생각보다 너무 어렸습니다. 갓 한 달...


사진상으로 스스로 시장 입구 기둥까지 갔다고 생각해서 2달은 추정했는데, 혼자서는 그곳 기둥까지 걸어갈 수 없는 나이였습니다.


누군가 거기 버리고 간 거지요.




아직 모유를 때기엔 좀 이른 상태였습니다.


이맘때 무리하게 이유식을 하면 설사를 할 수 있기에 부족한 일손에도 2주 정도 더 수유를 하게 되었습니다.(다들 이맘때 겪는 육묘 노이로제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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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후 하루 지난 모습



일단 2차 접종 마칠 때까지 되도록 다른 고양이들과 분리해야 했고, 협회 쉼터는 자리가 없어 협회장님 댁에 임시 거쳐를 마련했습니다.


일단 급한 대로 수유 케이지를 만들어 협회장님 댁에서 임보를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미 봄부터 구조한 새끼 고양이들로 그 댁도 임시보호 고양이들이 20마리를 넘은 상태라 거실 테이블 한편에 겨우 수유장을 만들어 3~4시간 간격으로 돌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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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후 일주일 지난 모습



아직 너무 어렸고, 이맘때 구조한 고양이들이 다 그렇듯 호흡기 증상이 심한데 쉽게 호전되지 않아, 아무래도 기관지 중증으로 갈 듯하여 동물 병원 원장 선생님 진료 후 단기간 네블라이저 치료를 병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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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고 하얀 이 새끼 고양이의 이름은 아프지 말고 쑥쑥 잘 자라라고 '똥순이' 로 지었습니다.

예쁜 이름보다 '똥순이' 같은 이름을 지으면 건강하게 자랄 거라는 믿음 때문에요. 


이후부터 '똥순이'는 정말 아픈 곳 하나 없이 잘 자라 예쁜 미묘 고양이가 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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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미묘가 되어가는 '똥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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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쏜살같이 지나서...

이젠 제법 자라 슬슬 수유장에서 나와야 할 시기가 되었습니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등을 세우기도 하고요.


너무 활동적이여서 110cm x 55cm x 44cm 수유장이 작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때마침 5월 17일날 똥순이는 입양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협회 입양 심사는 쉽지 않기에,

절대 아무 가정에서나 쉽게 입양 받을 수는 없습니다.


2016년에 이곳에서 고양이 '밍키'를 입양해가신 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 송상호 님께서 밍키 동생으로 '똥순이' 입양 의사를 밝히셔서 마침 너무 좋은 마음으로 보내드리게 되었습니다.


똥순이의 새이름은 '설아'


이름도 예쁘고 그 집에서 막내로 무럭무러 자라 7월20일 중성화 수술도 마친 '설아'는 이제 사랑받는 막내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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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람해진 장녀 '밍키'와 막둥이 '설아' 컷




이 정도면 해피 엔딩인가요?


운명같이 딱 맞는 시기에, 딱 맞는 가정으로,

 평생 가족이 되어 지낼 집으로 기적같이 입양 되는 아이들을 보면 드는 생각이..


이 아이는 처음부터 저희와의 인연이 아닌 그 가족과의 인연이다 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게 구조하여, 힘들게 치료하고, 무럭무럭 잘 자라서, 

 가족 품에 안기기 위해 잠시 이곳을 거쳐갔지만,

후에 행복하게 자란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시간이 지나 잊어버릴 법도 한데,

어릴때 돌봐준 이의 목소리를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는 순간입니다.



동물 구조는...

작은 손길로 작은 생명을 살리는

"참된 보람!"

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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