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의 영미시 산책] <24>탐욕에 찌든 인간들은 들으라
장영희 서강대 교수·영문학
입력 : 2004.07.28 18:28 49'
▲ 조지 고든 로드 바이런 (1788~1824).
바이런이 자신의 개 보우썬이 죽었을 때 쓴, 실제 개의 묘비에 새겨진 시입니다. 사랑하는 개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지만, 동시에 겉모습이 아름답다고 잘난 척하고, 힘 좀 있다고 오만하고, 용기가 있다고 잔인해지는 인간들의 야비한 성향을 꼬집고 있지요.
묘비에는 이 시 밑에 좀더 작은 글씨로 인간성을 더욱 신랄하게 풍자하는 장시가 적혀 있습니다. “오 노역으로 타락하고 권력으로 부패한 인간, 시간의 차용자여, 당신의 사랑은 욕망일 뿐이요, 당신의 우정은 속임수, 당신의 미소는 위선, 당신의 언어는 기만이리니!··· 내 생애 진정한 친구는 단 하나였고, 여기에 그가 묻혀 있도다.”
‘시간의 차용자’인 주제에 마치 영원히 살 듯, 내일 좀더 사람답게 살아야지 하고 오늘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며 의리 없이 살아가는 저의 마음에 경종을 울립니다.
Inscription on the Monument of a Newfoundland Dog
George Gordon Lord Byron
Near this spot
are deposited the remains of one
who possessed beauty without vanity
strength without insolence
courage without ferocity
and all the virtues of man without his vices.
This praise, which would be unmeaning flattery
if inscribed over human ashes,
is but a just tribute to the memory of
Boatswain, a dog
who was born at Newfoundland, May, 1803,
and died at Newstead Abbey, Nov. 18, 1808.
어느 뉴펀들랜드 개의 묘비명
조지 고든 로드 바이런
이곳 근처에
그의 유해가 묻혔도다.
그는 아름다움을 가졌으되 허영심이 없고
힘을 가졌으되 거만하지 않고
용기를 가졌으되 잔인하지 않고
인간의 모든 덕목을 가졌으되 그 악덕은 갖지 않았다.
이러한 칭찬이 인간의 유해 위에 새겨진다면
의미 없는 아부가 되겠지만
1803년 5월 뉴펀들랜드에서 태어나
1808년 11월 18일 뉴스테드 애비에서 죽은
개 보우썬의
영전에 바치는 말로는 정당한 찬사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