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경시는 곳곳에...
흰색의 희귀한 사슴이 태어났다는 소식에 방송사들과 유아원의 보모들은 예민하고 겁 많은 사슴의 야성을 고려하지도 않고 촬영에 열 올리거나 애들을 관람시키는 과정에서 흰 새끼 사슴은 죽어 버렸다. 참으로 애처로운 사건이다. 희귀하게 태어났다고 하여 그 새끼가 얼마나 잘 살다가 줄을런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십중 팔구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편안하고 평화롭게 생을 마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어차피 사슴의 생피를 마시거나 고기 또는 뿔을 먹는 소비자들에 의하여 고통스럽게 살다가 죽을 바에는 차라리 일찍 평화로운 다른 세상으로 가는 것이 오히려 다행일런지 모른다.
종의 수가 많고 적음을 떠나 하나 하나의 그 생명이 존귀한 대상이라는 인식이 있어더라면 이렇게 어이없이 아름다운 생명을 죽이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협회는 동물의 종과 수를 떠나 고통 받는 동물을 보호하는 것에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그 종의 수가 적으면 희귀동물이 되고 많아지면 유해동물이 되는 사람들의 숫자놀음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한때는 유해동물이라 여겨져 죽여지다 숫자가 적어지면 희귀동물이 되어버린 세상을 바라보면서 그저 그러한 이름들에 허무함마저도 느껴진다. 고통 받는 생명을 받아주어 보살피면 그 동물이 천연기념물이던 길거리의 배회하는 비둘기이던 살고자 발버둥치는 모습, 때로는 너무나도 충격을 받아 살기를 포기한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사람들만이 오직 유해동물로 보일 뿐이다.
현재 협회 보호소에는 300마리의 고양이, 80마리의 개, 3마리 너구리, 2마리 소쩍새를 돌보고 있다. 개, 고양이, 야생동물 등 그들을 보호해주고 먹여주고 정을 주다 보면 같은 종이라도 한 마리 한 마리가 틀린 모습을 가지고 있고 틀린 성격을 소유하고 있으니 우리로서는 다 같이 소중한 희귀동물이다.
사람들이 희귀, 야생, 멸종, 천연 동물에 너무 연연해 하지 말았으면 한다. 외모만 다를 뿐 살고자 몸부림치는 본능은 모두가 같은 것이다.
2004년 6월 17일 목요일 중앙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