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동물보호협회
read 9057 vote 0 2003.06.17 (00:53:57)

♡살찐네♡

http://home.freechal.com/catopia/



큰 아들들과 딸들이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만 세 살난 막내 딸 베키에게 집은 외로운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애는 같이 놀 친구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소나 말은 베키가 이뻐해주기엔 너무나 컸고 농장에 기계들은 그렇게 작은 아이들에게는 위험했습니다.

우리는 그 애에게 강아지를 한 마리 사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강아지를 기다리는 동안 베키의 상상속의 "가짜" 강아지들이 거의 매일 튀어나왔습니다.

어느날 내가 점심먹은 설겆이를 다하고 정리하려는 순간, 베키가 문을 박차고 뛰어들어왔습니다. 들떠서 얼굴이 빨개진 그 애는 소리쳤습니다.

"엄마! 와서 내 새로운 멍멍이를 보세요! 내가 벌써 물도 두번이나 줬어요. 굉장히 목이 마른가봐요!"

나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또 베키의 상상속의 개가 나타났습니다.
"제발 나와보세요, 엄마!" 그 애는 애원하는듯한 갈색눈동자로 나를 쳐다보면서 내 청바지를 잡아당겼습니다.

"걔 지금 울고 있단 말이예요~. 그리고 걷지도 못해요!"
"걷지... 못한다?"

뭔가 이상했습니다. 이전에 등장했던 베키의 가짜 강아지들은 굉장했었습니다. 어떤 놈은 코에다 공을 얹어놓을 수도 있었고 어떤 놈은 지구 반대편까지 땅을 판 뒤 그리로 떨어져 다른 별에 떨어지기도 했고 줄 위에서 춤을 추는 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걷지 못하는 개가 등장한것인지??

"그래, 가보자. 우리 이쁜 애기." 내가 그렇게 말하고 따라나서려는데 베키는 이미 풀 숲으로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베키, 어디있니?" 내가 불렀습니다.
"여기요! 그루터기에요. 빨리와요, 엄마!"

나는 가시돋힌 가지들을 제치며 아리조나의 햇살을 손으로 가리면서 그리로 갔습니다.
머리를 띵하게 하는 냉기가 나를 감쌌습니다.

발가락을 모래에 단단히 고정시킨채 쪼그리고 앉아있는 베키가 자기 무릎위에 얹어 놓고 양 팔로 안고 있는것은 틀림없는 늑대의 머리였습니다!

머리 위로는 육중한 검은 어깨가 솟아올라와있었고 나머지 몸은 쓰러진 떡갈나무 안에 비어있는 공간안에 완전히 숨겨져 있었습니다.

"베키." 입술이 바짝 말라 타들어 가는것 같았습니다."움직이지마." 나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연한 노란색 눈동자가 가늘어지고 검은 입술이 굳게 닫히며 5cm 길이의 송곳니 두 쌍이 번쩍거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늑대가 이빨까지 딱딱 부딪히며 떨기 시작했습니다. 목구멍에선 애처롭게 낑낑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얘야, 괜찮아. 겁내지마. 저 분은 우리 엄마야. 그리고 우리 엄마도 너를 사랑하신단다." 베키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베키의 작은 손이 그 커다랗고 텁수룩한 머리를 쓰다듬자 떡갈나무 안쪽에서 늑대의 꼬리가 부드럽게 텅, 텅, 텅 하며 나무를 치는 소리가 났습니다.

이 늑대 대체 어떻게 된 녀석이야?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왜 늑대가 일어설 수 없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더 가까이 갈 엄두가 나는것도 아니었습니다.

나는 빈 물그릇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지난주에 광견병에 걸린 스컹크 다섯 마리가 죽기전의 마지막 고통속에서 몸부림치며 물을 마시기 위해 물이 새는 파이프를 미친듯이 찢어놓았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렇습니다! 광견병이었습니다! 경고문이 온 동네에 붙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베키가 "굉장히 목이 마른가봐요!" 라고 하지 않았었나요?

나는 베키를 늑대와 떨어트려 놓아야 했습니다.
"우리 베키." 목구멍이 조여왔습니다.
"그 애 머리는 내려놓고 엄마한테 오렴. 가서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하자."

베키는 마지못해 일어서서 늑대의 코에 뽀뽀를 해 주고 천천히 나의 품으로 걸어왔습니다. 슬픈 노란 눈동자가 베키를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늑대는 나무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베키를 안전하게 품에 안은 나는 브라이언이 있는 헛간으로 달려갔습니다. 소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던 그는 남쪽 목장의 어린 암소들에게 안장을 얹고 있었습니다.

"브라이언! 빨리 이리 와봐요. 베키가 늪 근처에 떡갈나무 그루터기 안에 있는 늑대를 찾았어요! 그 녀석 광견병에 걸린것 같아요!"

"곧 그리로 갈께요." 내가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가는 동안 그가 말했습니다. 베키가 낮잠을 자도록 내려놓으면서 나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나는 그 애가 브라이언이 숙소에서 나오는 것을 보는걸 원치 않았습니다. 그가 총을 들고 나올것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근데 엄마, 나 내 멍멍이한테 물을 주고 싶어요." 베키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베키에게 뽀뽀를 해 주고 봉제인형을 안겨줬습니다.

"우리 이쁜 베키야, 지금은 엄마랑 브라이언 아저씨가 그 멍멍이를 돌보게 해 주렴." 내가 말했습니다.

잠시 후, 나는 그루터기로 갔습니다. 브라이언이 서서 그 짐승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이 놈 맥시칸 큰 회색 이리예요. 근데 엄청나게 크네요!"
늑대가 낑낑거렸습니다. 우리는 둘이 동시에 뭔가 부패하는 냄새를 맡았습니다.

"윽! 광견병이 아니예요. 분명히 아주 심하게 다친거예요. 제가 고통을 해결해 주는게 최선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그럽시다." 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 베키가 풀 숲에서 나타났습니다.

"브라이언 아저씨가 얘를 고쳐주려고 하는거예요, 엄마?" 그 애는 그렇게 말하며 늑대의 머리를 잡아당겨 다시 한 번 자기 무릎위에다 올렸습니다. 그리고는 얼굴을 그 거칠고 검은 털 속에다 파 묻었습니다. 이번에는 그 이리의 꼬리가 나무속에서 텅텅 거리는것을 들은것이 나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그 날 오후에 나의 남편 빌과 우리 수의사 선생님이 늑대를 보러 왔습니다. 늑대가 우리 아이에게 가졌던 믿음에 대해 들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베키가 저와 함께 그 녀석을 돌볼 수 있게 해 주실거죠?"

잠시 후 아이와 선생님이 함께 그 부상당한 늑대를 안심시켰고 선생님은 피하주사를 놓을 수 있었습니다. 노란 눈이 감겼습니다.
"이제 잠들었어요. 빌, 좀 도와주시겠어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은 그루터기안에 있는 그 엄청난 덩치를 끌어냈습니다. 그 늑대의 몸길이는 확실히 1.5미터를 넘는것 같았고 몸무게도 45kg는 족히 넘어보였습니다. 엉덩이와 다리는 총을 맞아 못 쓰는 상태였습니다. 선생님은 상처를 소독하고 환자에게 페니실린을 먹였습니다.

선생님은 다음 날 돌아오셔서 총에 맞아 뼈가 날아간 부위에다 철심을 넣었습니다.
"음, 이제 멕시칸 이리를 갖게 되셨네요." 선생님께서 제게 말씀하셨습니다."나이는 세 살 정도 된것 같습니다. 얘들은 강아지때부터 길러도 잘 길들여지지 않아요. 얘가 베키를 그렇게 대했다니 무척 놀랍습니다. 종종 애들과 동물 사이에는 우리 어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뭔가가 있을때가 있어요."

베키는 그 늑대를 랄프라고 이름지었고 그 그루터기로 매일 음식과 물을 날랐습니다. 랄프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그 애는 3개월동안 앞발톱으로 땅을 찍으면서 뒷다리를 질질 끌고 다녔습니다. 우리가 그 애의 위축된 사지를 마사지 해 줄때마다 그 애는 눈을 내리깔았는데 그런 걸 봐서는 그 애가 그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는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애는 자신을 돌봐주는 그 어떤 사람의 손도 물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4개월 후, 랄프는 마침내 부축 없이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쓰이지 않은 근육들이 다시 활동하게 되면서 그 애는 그 커다란 골격을 털며 일어났습니다. 빌과 나는 그 애를 쓰다듬으며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애는 따뜻한 말과 키스와 미소를 받기위해 베키에게로 갔습니다. 그 애는 우리가 자기를 이뻐해 주는것에 대해 덥수룩한 꼬리를 세차게 흔드는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랄프가 점점 튼튼해지면서 그 애는 베키를 따라 온 목장을 돌아다녔습니다. 그 애들은 함께 초원을 돌아다녔고 그 금발의 아이는 종종 상체를 구부리고 그 커다란 절름발이 늑대와 자연의 신비에 대한 비밀을 속삭이곤 했습니다.
저녁이 되면 랄프는 자기에게 특별한 장소가 되어버린 텅 빈 그루터기 속으로 소리없는 그림자처럼 들어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애는 주로 수풀 속에서 지냈지만 그 소심한 녀석의 습관 때문에 모두에게 더더욱 사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대한 랄프의 행동은 영 딴판이었습니다. 그 애는 낯선 사람들을 무서워 했습니다. 하지만 낯선 사람들이 있어도 베키에 대한 애정과 보호본능 때문에 들판에서 밖으로 다시 나오곤 했습니다. 그 애는 때때로 이빨을 딱딱 부딪치면서 긴장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애는 주로 그냥 자기의 그루터기로 가서 혼자 걱정에 빠져있었습니다.

베키가 학교에 입학하던 날은 랄프에게 슬픈 날이었습니다. 스쿨버스가 떠나고 나면 그 애는 다시 마당으로 돌아오려고 하지 않고 길 옆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베키가 돌아오면 신이나서 그 애의 주변을 절뚝거리며 비틀거리며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그 환영식은 베키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계속 되었습니다.

랄프는 목장에서 행복하게 사는듯이 보였지만 교미기간인 봄이 되면 그 애는 우리가 걱정을 하든말든 주변의 사막이나 숲속으로 사라져서 몇 주씩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동물들이 새끼를 낳는 기간이 되었을 때 목장사람들은 코요테, 쿠거(cougar), 그리고 야생개들을 경계했습니다. 그리고 그 경계 대상에는 당연히 고독한 늑대도 포함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랄프는 운이 좋았습니다.

랄프는 12년동안 목장에서 살았지만 그 애의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그 애는 다른 애완동물들과 거리를 뒀고 우리가 바쁜것도 이해해 주고 참았지만 베키에 대한 그 애의 사랑은 절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다음해 봄, 우리 동네 사람이 와서 자기가 쏜 총에 암컷 늑대가 죽고 같이 도망가던 수컷은 총알에 스쳤다고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예상대로 그 날 랄프는 총상을 입은채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때 거의 15살이었던 베키는 랄프의 머리를 자기 무릎위에다 쉬게 했습니다. 랄프도 15살정도였고 이제는 할아버지였습니다. 빌이 랄프의 몸에서 총알을 꺼낼때 문득 옛날 일이 떠올랐습니다.

만 세 살의 통통한 여자애가 커다란 검은 늑대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애가 작은 목소리로 "얘야, 괜찮아. 겁내지마. 저 분은 우리 엄마야. 그리고 우리 엄마도 너를 사랑하신단다." 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습니다.

상처는 심각하지 않았지만 랄프는 이번엔 회복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살도 엄청나게 빠져서 멋진 풍채를 잃어갔습니다. 한 때는 화려했던 털이 메마르고 거칠게 변했고 랄프는 더이상 베키를 따라 초원으로 나들이를 가지 않았습니다.

그 애는 하루종일 조용히 누워있었습니다. 하지만 밤이 되자 나이 많은 랄프는 뻣뻣한 몸을 이끌고 주위의 사막이나 언덕으로 사라졌고 새벽에는 밥그릇이 비워져 있었습니다.

그 날 아침, 우리는 그 애가 죽어있는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노란 눈이 감겨져 있었습니다.

그 애는 떡갈나무 그루터기 앞에 누워있었습니다. 베키가 랄프의 덥수룩한 목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것을 보며 나는 목이 메였습니다.

"니가 너무 보고싶을거야." 그 애는 울었습니다.

나는 랄프의 몸을 담요로 덮어줬습니다. 그런데 그 때 그루터기 안에서 뭔가 움직이는듯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우리는 깜짝 놀랐습니다. 베키가 그 안을 들여다 봤습니다. 노랗고 조그만 눈동자 두 개가 우리를 쳐다봤고 조그만 송곳니가 번득였습니다.

랄프의 아기였습니다!

죽을 때의 본능이 랄프에게 엄마없는 아기가 여기선 안전할거라고 말해준것일까요? 베키는 떨고있는 아기늑대를 감싸안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면서 속삭였습니다.

"괜찮아. 작은... 랄프야. 겁내지마. 저 분은 우리 엄마야. 그리고 우리 엄마도 너를 사랑하신단다."



페니 포터

출처 "Chicken Soup for the Pet Lover's Soul" p 16~21


번역 권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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