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동물보호협회
read 15092 vote 0 2021.08.11 (12:43:36)

고양이 쉼터에는 "포크"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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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쉼터 건물은 주택가였고 길고양이들이 주택 담을 넘어 많이 다녔기에 협회 쉼터 마당에서 밥을 주면 먹고 가던 아이였습니다.

물론 완전 야생이라 사람이 있을 때는 절대 나타나지 않는 아이지요. 직원들도 CCTV를 통해 먹고 가는 모습만 보았습니다.

중성화(TNR)을 하고 다시 방사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쉼터가 갑자기 이전을 하는 바람에 이사 후 한동안 매일 같이 예전 쉼터로 가서 사료를 놓고 왔습니다. 어쨌든 중성화를 해줄 생각으로요.

하지만 그 녀석은 사람들이 다 떠나고 재개발로 철거만 남은 건물에 아예 보금자리를 틀고 그곳에 눌러 앉아버렸습니다.




▼사람들이 다 떠나고 쓰레기만 남은 주차 차고에서 계속 지내는 모습. (포크 외에 한 녀석 더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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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떠난 빈 건물이라 길고양이들이 지내기 좋을지 몰라도, 문제는 그 건물이 조금 있으면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철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위험했지요.

혹시 건물 안에 새끼라도 놓게 되면,

철거하기 전에는 문짝이나 창문들은 다 때가기 때문에 철거를 앞둔 빈 건물은 고양이가 들어와 보금자리 삼기 딱 좋은 환경이 됩니다.

특히나 고양이들은 자기 영역을 잘 떠나지 않는 습관이 있고,

영역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라

웬만해선 멀리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쉼터도 그곳을 떠났고 다른 층 사람들도 다 떠나고 철거를 기다리는 건물이라 너무 위험해 할 수 없이 이 아이를 잡기로 했습니다.


ㆍㆍㆍ


이사도 거의 마무리된, 8월 말쯤 포크를 잡기 위해 통 덫이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매일 가서 사료를 놓고 있었고, 사료가 꼬박꼬박 줄고 있었기에 본 적은 없지만 포크가 주변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료가 주는 양으로 보아 여러 마리가 와서 먹는 것은 아니었고 기껏해야 한두 마리..


그리고 드디어 결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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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가 통 덫에 들어오는 모습



그 당시 남은 사진은 포크를 잡기 위해 놓은 통 덫에 설치한 카메라로 찍힌 사진과 영상 뿐입니다. 멀리서 원격으로 보면서 제발 들어가라고 얼마나 간절히 바랬던지..

실제로 얼굴을 자세히 본 것은 카메라를 통해서 처음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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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터로 온 첫날


낯선 곳으로 납치되어(?) 와 놀래서 눈이 산만 해졌습니다.

글로 적으면 쉽지만 사실 야생 고양이를 사람과 함께 지내도록 적응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쉼터 식구들은 오랜 세월 동안 고양이를 수백 마리도 넘게 경험했기에 해볼 만한 거지만 그래도 역시 힘듭니다. (야생과의 무시무시한 기싸움 필수지요.)


포크는 부상 당한 야생 고양이도 아니고 비교적 건강한 야생 고양이라 그대로 길에 살 게 둘 수도 있지만 곧 철거될 건물 내부에서 계속 지내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고 또 수술 후 방사하면 철거될 건물로 다시 돌아갈게 뻔하기에 쉼터에서 보살피기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그곳에 계속 사료를 놓기도 어려운 상황이구요.



ㆍㆍㆍ


시간이 많이 흘러,

'포크'라는 예쁜 이름도 짖고,

중성화도 무사히 마치고,

구충도 마치고 접종도 마치고,


드디어,

 포크는 별난방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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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가 지내는 별난방(별난이들 13마리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낮 동안은 항상 멀찌감치 위에 올라가 적들(인간들)의 방해를 피해서 잠을 자기 때문에 눈의 잘 띄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실 촬영이 쉽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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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다가가면 빛의 속도로 날아올라 버리거든요

(저 뒤로 노출 전선을 모두 내부로 감추고 고정해 버렸습니다. 포크가 하도 높은 곳에 올라가길 좋아해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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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높은 곳으로 날아올라 접근을 차단하고 유유히 내려다 보던 포크였지만..


인간들아! 나의 잠을 방해하지 말지어다.


ㆍㆍㆍ


요사이 좀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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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도 멋 모르고 쿨쿨~ 자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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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 다가가고 가만히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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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도 없고, 추위도 없고, 배고픔도 없고,

문명의 이기로 인해 지금은 한층 평화로운 삶인 거니?



많이 느슨해진 모습입니다.

처음에 사람을 향한 그 독기 어린 눈빛은 이젠 없는 것 같아요.

다른 양이들이랑 장난도 잘 치고 이제는 이곳이 원래 자기 집인 양 그저 편안해 보입니다.



포크야!

그동안 길냥이로 지내며 고생했어. 

앞으로 계속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아 주렴.



파이팅!!




곧이어 이사 나간 쉼터 빈 건물 안에서 구조한 파크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커밍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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