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동물보호협회
보도자료
2007년 3월 10일 토요일 매일신문에 보도된 금선란협회장님 인터뷰 내용입니다.

"당신들이 버린 것은 생명입니다"

'2754' 지난 2006년 한 해 동안 대구시내(달성군 제외)에서 버려졌다가 구조된 개와 고양이의 숫자다. 구청이나 한국동물보호협회 등 동물보호단체에서 구조하지 않은 유기동물의 숫자를 감안하면 거리를 떠돌아다니는 동물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한번 필요할 때다. 구조된 동물의 75%인 2천60마리가 안락사당하거나 폐사됐다. 거리에서 구조됐다고 반길 일만은 아닌 셈이다. 다시 주인을 만나 입양된 경우는 겨우 180마리에 불과했다.

거리를 배회하는 개와 고양이는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한국동물보호협회의 금선란(63·여) 회장은 "책임지지 못하고 버릴 수도 있다면 처음부터 (동물을) 기르지 말아야 한다."며 동물을 버리는 사람들을 탓했다. 사람들이 개와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버리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기 때문이란다. 애완동물을 제대로 키우려면 예방접종을 정기적으로 해야 하고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애완견 한 마리 기르는 데 아이들 양육비와 버금갈 정도로 돈이 든다고 할까.

또 하나는 동물을 경시하는 경향이 여전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르다가 불편하면 언제든지 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 애완동물을 버린다. 금 회장은 "먹고살기 힘들더라도 동물들을 버려서는 안 된다."면서 "자식같이 기르다가 어떻게 자식을 쉽게 버릴 수 있느냐."고 말했다.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개와 고양이는 야생생활에 적응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개체수가 늘어난다. 동물보호협회와 구청이 유기견을 구조하고는 있지만 보호시설은 절대부족한 상태. 그래서 적잖은 유기동물이 구조된 이후 안락사당하는 게 현실이다. 야생생활을 오래한 개와 고양이의 경우, 각종 피부병에 감염되거나 교통사고 등을 당해 다친 경우가 많다. 이런 동물들은 다른 동물들에게 병을 전염시킬 우려가 있거나 소생불능의 병을 앓고 있어서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다. 협회에서는 안락사 처리규정을 만들어 선별한다.

그녀는 "병든 동물을 고통 속에 버려두는 것보다는 안락사시키는 것이 훨씬 인간적"이라고 말했다.

한국동물보호협회의 동물보호소를 찾아갔다. 대구시 남구 대명동의 주택가에 자리 잡은 두 곳의 동물보호소에는 개 100여 마리와 고양이 200여 마리 등이 수용돼 있었다. 간식거리를 챙겨들고 보호소 안으로 들어가자 강아지들이 서로 달려들어 껑충껑충 뛰는 등 난리다. 그중 한 강아지는 빙빙 돌면서도 간식을 받아먹지 않는다. 야생생활을 오래한 탓에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이다. 한 숟가락 듬뿍 통조림 통에 든 고기를 떠줘도 받아먹질 않는다. "오랫동안 바깥에서 생활하다보면 사람 눈치를 보고 약아지게 마련"이라고 지적한다

아파트에 자리 잡은 협회사무실은 고양이들이 함께 살고 있어서인지 어수선해 보이기까지 했다. '유기동물의 대모'로 불리는 그녀는 "동물에게 잘하면 인간에게도 잘하게 된다."면서 "동물사랑은 생명사랑이고 곧 그것이 인간에 대한 사랑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락사에 대해 그녀는 "다친 동물들을 쳐다보면 눈물을 글썽거려서 처음에는 안락사를 시킬 생각을 못했다."며 "그래서 한때 지원을 해주던 외국단체에서 안락사 등 규정을 지키지 않는다며 지원을 끊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보호하는 동물이 500마리를 넘어가면서 한계가 왔다. "쾌적한 환경에서 지내야 할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래서 안락사 규정을 제정, 눈물을 머금고 안락사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약사인 남편과 더불어 편안한 생활을 즐기던 그녀가 동물보호에 나서게 된 것은 1982년 하수구에 버려진 털빠진 고양이를 만나게 되면서부터라고 했다. 동네에서 한두 마리씩 맡아 키우던 개와 고양이가 100마리를 넘어섰고 1992년 재단법인을 세우면서 아예 모든 생활을 동물보호에 바치게 됐다.

그녀는 '불임수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불임수술을 하지 않으면 동물들뿐 아니라 인간들도 불행해진다고 말했다. 불임수술을 하게 되면 무책임하게 버려지는 동물의 수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한두 마리에 불과하던 애완동물도 불임수술을 하지 않아 새끼를 낳다보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어쩔 수 없이 기르던 개와 강아지를 거리로 내몰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유기동물이 보호소에 들어오면 건강검진을 통해 수용해야 할 건강한 동물은 불임수술부터 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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